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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고혈압? 자연스러운 현상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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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고혈압? 자연스러운 현상 아닙니다

입력
2018.08.13 23:0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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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장 

 

 노인성 고혈압 환자 가운데 

 심장ㆍ콩팥ㆍ인지기능 문제도 많아 

 다양한 진료과와 협진 필요해 

 

 # 고령이라도 혈압 잘 조절하면 

 심장ㆍ뇌혈관질환 예방할 수 있어 

 채소 섭취하며 술ㆍ담배 끊어야 

최근 발암 물질이 함유된 고혈압약 때문에 환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고혈압은 흔히 진단을 받으면 약을 오랫동안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발병하더라도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를 하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고혈압 치료 전문가’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노인의료센터장)에게 국내 고혈압 환자 현황과 예방책을 물었다. 김 교수는 “국민의 고혈압 인식수준은 높아졌지만 질병관리 면에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며 “특히 고령인은 고혈압 자체를 질환이 아닌 나이가 듦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 제때 치료 받지 않아 질환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고혈압 환자가 1,100만명을 돌파했는데.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또는 이완기 혈압(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벌써 1,100만명 넘게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 5명 가운데 1명 꼴이다. 가히 국민 질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혈압 환자 가운데 치료를 받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2002년 34%에서 2016년 46%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고혈압을 처음 진단 받는 나이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중ㆍ장ㆍ청년층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 가운데 30~49세 젊은 연령층의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은 모두 50% 미만으로 매우 낮다. 나이를 막론하고 고혈압에 대한 문제의식과 질환 예방이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고령인에게 주로 나타나는 이른바 ‘노인성 고혈압’은 양상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축기 혈압은 올라가고 이완기 혈압은 낮아진다. 젊었을 때는 저혈압이어도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올라갔다는 사람이 많다. 이는 혈관이 노화돼 대동맥이 딱딱해져서 나타나는 ‘노인성 고혈압’ 현상이다. 수축기 혈압은 140㎜Hg 보다 높은 데 이완기 혈압은 90㎜Hg 보다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완기 혈압이 과도하게 낮으면 심장근육으로 유입되는 혈액과 산소량이 적어져 심근 허혈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노인성 고혈압은 고령인이 많아질수록 사회문제가 될 것이며, 고혈압을 앓는 환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노인성 고혈압 환자 가운데 심장ㆍ콩팥ㆍ뇌신경ㆍ인지기능 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기에 다양한 진료과와 협진이 필요하다. 또한, 약물복용과 영양섭취 등 생활관리 면에서 더 포괄적인 진료를 해야 할 경우가 많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는 ‘노인 포괄평가’를 통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 포괄평가의 가장 큰 장점은 고령 환자가 가진 질환의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질병 치료 외에 약물ㆍ영양·ㆍ사회적 지원체계 등과 관련한 중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기억력 감퇴를 겪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 수치를 확인하고 약물 복용시간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 덧붙여, 이 같은 포괄평가와 약물중재를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개선하고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실제 고령 환자의 1인당 연간 약값을 46만원가량 절감했다.”

 -평소에 큰 문제가 없는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고혈압은 많이 진행되기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물론 혈압이 과도하게 상승해 두통, 시야변화, 호흡곤란, 소변량 감소 등의 건강 이상이 동반될 수는 있다. 또한, 고혈압 자체가 사망 원인은 아니지만, 적절한 때에 고혈압을 잡지 않으면 생명에 직결되는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심혈관질환(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심부전, 뇌졸중, 콩팥병 등이다.

혈관 압력이 높으면 혈관을 손상하거나 심장에 부담을 주므로 장기 본연의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 덧붙여, 국내 3대 사망 원인으로 일컬어지는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가운데 심장ㆍ뇌혈관 질환이 고혈압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을 일으키는 특별한 원인이 있나. 

“고혈압 원인은 무척 다양하다. 직접적인 발병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만, 흡연, 음주, 가족력, 운동부족, 스트레스, 수면무호흡, 스테로이드약 복용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부신종양 같은 내분비질환이나 신동맥협착증과 같은 혈관질환도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원인 가운데 5~10%만 원인이 규명돼 완치 가능한 ‘2차성 고혈압(속발성 고혈압)’이다. 나머지 90~95%는 근본적인 발병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1차성 고혈압(본태성 고혈압)’이다. 2차성 고혈압은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혈압도 조절된다.”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하나. 

“혈압 조절이 고혈압 환자의 예후(豫後)를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혈압을 조절하면 고혈압 발생 위험을 20~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령인이라도 혈압을 잘 관리하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사실은 의학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혈압측정기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본인의 혈압을 재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만 개인 상태에 따라 목표혈압 수치가 조금 다를 수 있기에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평소 싱겁게 먹는 습관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성인 기준 1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은 2,000㎎ 미만이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이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7년 기준 3,669㎎으로 권고량 1.8배를 웃도는 수치다. 나트륨 함유량이 많은 국과 찌개 등의 국물류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음식을 직접 조리할 때도 간을 덜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이밖에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서 절주와 금연을 실천하고 표준 체중을 유지하기를 권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평소 싱겁게 먹는 습관도 중요한데 한국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너무 많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짜게 먹으면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평소 싱겁게 먹는 습관도 중요한데 한국인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너무 많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김광일 교수 주재로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팀이 정례회의를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광일 교수 주재로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팀이 정례회의를 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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