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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신문ㆍ22개 방송 특정하고
한국당 의원 표결 불참 유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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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떤 목적으로 지시했는지
수사 결과 따라 메가톤급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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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내란음모 혐의 짙어” 분석
탄핵심판 기각 전제로 한 문건
실제 부대에 전파 여부 안 드러나
구체적 적용 혐의는 더 지켜봐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19일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기무사가 실제 계엄령 시행을 가정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쿠데타에 가까운 국회 무력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당시 관련자들의 ‘내란 음모 혐의’가 짙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공개된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수행방안’에는 계엄령 실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았다. 이에 문건 작성에 관여한 군 수뇌부나 보수 야당에서는 “비상사태에 대비했을 뿐”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대비계획 세부자료에 실제 군 투입 방안 및 국회와 언론 장악 계획이 세세히 담긴 점이 드러나 이 같은 주장이 무색해졌다.

실제로 청와대가 공개한 대비계획 세부자료에는 계엄령 시행시나리오가 상세하게 구성돼 있다.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를 포함한 494곳의 집회 가능 ‘길목’에 전차와 장갑차를 투입하는 방안을 수립한 게 상징적이다. 언론 검열 및 통제를 위해 요원을 파견할 언론사들이 특정됐고, 요원 수까지 정해졌다.

시대착오적이며 초법적인 국회 무력화 방안도 담겼다. 국회는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말 재적 의원은 299명으로 여당(자유한국당) 93명을 제외하면 야당 의원이 206명에 달한다. 이에 적어도 57명 이상의 야당 의원을 표결에서 배제시켜야 계엄 유지가 가능하다. 기무사는 계엄에 반발하는 야당(더불어민주당 등) 의원을 사법처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정치공작을 계획했다. 실제 계엄이 시행됐을 경우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 등이 줄줄이 체포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내란 음모죄’는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이들이 구체적 내란 실행에 합의하고 실행을 한다는 확정적 합의를 이뤘을 때 성립한다. 기무사가 국회의원 체포 계획 등 불법적 계획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란음모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내란음모죄보다 범죄 성립요건이 덜 까다로운 ‘군사반란음모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더 높다. 군사반란음모죄는 공동 실행 의사나 모의 성립이 밝혀지는 정도면 적용 가능하다.

물론 신중한 입장도 있다. 기무사 문건이 ‘탄핵심판 기각’을 전제로 이뤄져 구체적 실행 합의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국방부와 기무사를 제외한 실제 증원대상 부대(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및 예하부대)까지 전파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송영무 국방장관도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쿠데타를 기도한 문건이냐’는 질의에 “지금은 답변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언론 사전 검열 계획에 대해선 “위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관건은 군의 기무사 계엄령 특별수사단의 수사에 달렸다. 문건이 어떤 목적에서 누구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는지, 실행 단계까지 도달했는지 등이 수사 결과로 드러날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수사 과정에 따라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 한민구 국방장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교안 국무총리 및 박근혜 대통령까지 조사가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문건 공개를 전격 지시하면서 기무사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한층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개혁 작업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자 군 내부 개혁 저항세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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