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 간 참석했던 국내외 안보 관련 회의의 화두는 단연 북한 비핵화였다.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은 북한의 핵 포기 의지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 유무 여부였다. 전자에 대해 비관적 견해가 팽배했고 후자에 대한 낙담도 많았다. 이런 회의론의 증거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특히 북한보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전략 유무에 대한 설왕설래가 흥미로웠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략 부재 이유로 트럼프의 북미 회담 참석 결정에서부터 북한과 관련된 모든 언행이 11월의 중간선거를 이기기 위한 ‘보여 주기식’ 외교 결과에 과도하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트럼프나 미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르게 북한 비핵화 문제를 접근하고 싶어 하지만 묘책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다른 이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북한의 비핵화 카드가 대중 압박용 카드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의 적극성 부족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즉, 북핵 위협 감소로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이 미국의 안보정책 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3차 방북 후 가진 첫 각료회의에 참석한 뒤 북한의 비핵화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게다가 국무부 대변인은 애초 시간표를 정한 적이 없다며 이들의 입장을 보충했다. 그러면서도 대북 제재 압박은 유지될 것이라고 표명했다. 그야말로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략 구상이 상실되었거나 존재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유추가 가능한 것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은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 공조체제 확립 여부에서 나타난다. 주지하듯 북핵 문제 해결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행위자 중 하나가 IAEA이다. 핵 관련 사찰과 검증 권한이 이 기구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두 차례 북핵 위기 사태를 근거로 우리는 기본적인 관련 행위자를 색출해 낼 수 있다. 당사국은 미국, 중국, 남북한과 일본이며, 대표적인 국제기구는 IAEA이다. 이들 간의 협력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중재나 제재를 수행하는 기구는 UN이다.

이들 행위자의 공통분모는 미국이다. 미국과 행위자들의 관계는 3각 관계다. 미국의 전략 구사는 북미중 3각 구도에 토대한다. 남북미 구도에서 미국은 남북한의 안전 보장을 위한 양해 조치를 강구한다. 한미일 관계에서 미국은 외교적 지지를 확보하는데 매진한다. 미북과 국제기구 사이에서 미국은 북한과 IAEA와의 긴밀한 공조체제 확립을 위해 중재 역할을 수행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북핵 관련 외교 행보는 관련국과의 협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즉, IAEA와의 협력이 모색되지 않았다. 미국은 과거 북핵 위기 때 IAEA와의 협력이 쉽지 않았던 사실을 기억한다. 원인은 북한의 IAEA 핵사찰 수용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미국과 IAEA 간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IAEA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북핵 전략에 적지 않은 개입과 간여를 하면서 장애(?) 요인이 됐다. 핵시설 사찰에 대한 IAEA의 고유 권한 때문이었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추진 의사가 진정 존재한다면 지금쯤 IAEA와의 공조체제가 마련됐어야 했다. 애석하게도 미국에서 이런 움직임은 없다. 혹자는 오늘날 북한의 핵개발이 종결단계이므로 과거 사례의 적시성이나 유효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핵개발 과정이든 완성이든 북한 비핵화는 IAEA의 참여를 전제한다. 이제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을 북미 대화에서 북미와 IAEA 간 협력으로의 확대를 고려할 시점이다. 특히 북한의 사찰 수용의 전기 마련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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