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처장 자료 제출 거부는
사실상의 영장 심사” 지적
법원 내부 향한 지침 분석도
안철상(왼쪽) 법원행정처장과 김외숙 법제처장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김명수 대법원 측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자장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미징(복제) 과정에서 추가 발견된 ‘재판거래’ 정황 문건의 검찰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강제수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사 대상인 법원행정처 측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19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임 전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드러난 특정 정치인이나 언론사 관련 재판을 별도 관리한 정황을 담은 문건의 임의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범죄 정황이 짙어 추가 자료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법원행정처는 5월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410개 문건과의 관련성이 적어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의 ‘비협조적’ 태도는 계속돼 왔다. 수사 필요성과 관련 없는 파일 유출 방지라는 명목으로 대법원 관계자가 입회해 검찰이 추출하는 자료를 하나하나 선별하면서도 고영한 대법관의 하드디스크, 대법관 업무기록, 각종 인사자료 등에 대한 검찰의 거듭된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김명수 대법원장 입장과 달리, 안 처장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건 ‘사실상의 영장 심사’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면하기 위한 임의제출 절차인데, 주고 싶은 자료만 주겠다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감히 법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겠냐는 오만함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안 처장이 기존에 제출한 410개 문건과 연관이 있는 문건만 내주고 다른 문건 제출을 거부하는 건 법원 내부를 향해 일종의 지침을 내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 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법남용과 직접 관련 있는 부분은 극히 드물다”며 “모든 자료를 제출한다는 것은 직무상 비밀을 다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 발부 등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힘 싸움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중요 사건 영장 기각률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풀이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