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식만이 아니라 업계ㆍ금융계 지도자까지 무시하고 무역전쟁을 즐기는 것 같다.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가 발효됐다. 중국은 같은 규모로 보복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는 유럽산 자동차 관세와 함께 대중국 추가 조치를 위협했다.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가능성도 여전하다.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보호주의는 그를 뽑아준 노동계급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그를 지지했던 공화당 의원과 기업은 불만에 가득 차 그를 제지하려 들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떠벌림이 실제 행동보다 무역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최악의 무역 시나리오에 휩쓸리기 전에 다른 나라가 결과적으로 어떤 혜택을 얻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원할지 모르나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무역전쟁이 일어나려면 다른 국가가 보복해야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무역 보복이란 일반적으로 낮은 관세를 던져버릴 경제적인 이유가 있을 때 일어난다. 실업률은 높았고 적절한 정책수단이 없어 대공황을 맞았던 1930년대 초 상황이 딱 그랬다. 케인스의 ‘일반이론’은 1936년에 나왔으니 경기조정형 재정정책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금본위제 때문에 통화정책은 쓸모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외국제품에 대한 수요를 억제해 국내 고용을 늘리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각국에 일정한 의미가 있었다. (물론 모든 나라들이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보호주의는 재앙을 불렀다.)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관세의 교역조건효과를 중시한 또 다른 시나리오도 생각한다. 큰 나라는 무역량을 제한해 세계시장 경쟁에서 유리하도록 가격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 관세를 포함한 가격은 올라가지만 수입품의 국제가격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관세가 오른 만큼 재정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시나리오도 지금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유럽과 중국은 수입품의 국제가격을 내리는데도, 그 결과로 얻을 이익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고용도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유로존 일부 국가는 높은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지만 재정확장정책이나 통화정책이 효과 없는 상황에서 보호주의가 도움될 리 없다.

유럽, 중국 및 다른 무역 상대국이 트럼프 관세에 보복하더라도 보호주의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단지 무역을 통한 이익만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미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불평하는 트럼프에게 그럴싸한 모양새를 만들어주게 된다. 미국 이외의 국가가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은 공격하려다 당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유럽과 중국이 지금까지 말해온 것처럼 규제에 바탕한 다자무역체제 유지를 원한다면 트럼프의 일방주의를 따라 행동에 나설 수는 없다. 그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계무역기구를 통한 공식적인 판단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신속한 결론도, 트럼프가 그 최종 결론을 존중하리라는 기대도 갖지 말고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국의 이익과 원칙 사이에서 자제력을 발휘하고 (즉각적인)보복을 피하라는 것이다. 지금은 유럽과 중국이 자신감을 보일 때이다. 무역전쟁에 말려 들기를 거부하고 트럼프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미국 경제를 망치는 것은 당신 자유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의 최선의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다른 나라가 과민 반응하지 않는다면 여러 지적처럼 트럼프의 보호주의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이유도 없다. 트럼프의 조치와 대항 조치가 미치는 무역 규모는 이미 1,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조만간 이 규모가 세계무역의 6%에 이르는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엄청난 숫자이긴 하나 그것은 일어날 필요가 없는 보복을 가정했을 경우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역 자체가 아니라 소득과 복지다. 무역 규모에 타격이 있다고 해서 전체 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 어떤 유럽 항공사는 에어버스보다 보잉을 선호하고 또 어떤 미국 항공사는 에어버스를 더 원한다. 무역 규제로 미국과 유럽간 항공기 거래량은 크게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두 회사 제품을 밀접한 대체품으로 간주하는 한 경제적 후생면에서 손실은 적을 것이다.

미국 시장의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특정한 유럽, 중국 기업이 떠안을 비용을 최소화하라는 것이 아니다. 대체할 시장을 찾아야 하는 모든 수출업자는 새로운 기회를 품은 다른 국내 업체를 눈 여겨 볼 수 있다. 대미 무역이 줄면 미국의 경쟁자도 줄고 미국 내 경쟁도 감소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보통 정반대 주장을 한다. 그들은 자유무역의 패자에 지나치게 주목하는 것을 반대하며, 수출을 통한 이득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미국의 보호주의로 다른 나라에서도 분명히 수혜자들이 나올 거라는 사실을 무시한다면 그들은 이번에도 똑 같은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무역전쟁을 불러일으켜 자해 수준인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트럼프가 어리석은 만큼이나 유럽과 중국이 오판하고 과잉 반응한 결과일 것이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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