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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폭염 난민

입력
2018.07.19 19:11
수정
2018.07.19 19:5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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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일찍 끝난 뒤 한반도 상공을 두 겹의 고기압이 뒤덮어 7월 중순인데 연일 폭염경보ㆍ주의보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 주의보가 켜졌다. 질병관리본부가 5월 20일부터 집계해 발표하는 전국 온열질환자 수는 17일까지 723명이고, 사망자만 벌써 8명에 이른다. 5년간 온열질환자는 6,500명으로 연간 1,300명 정도였다. 올해는 여름이 닥치자마자 벌써 절반을 넘었으니 심각한 수준이다. 온열질환 신고로 인한 119 구급출동도 지난해보다 3배나 늘었다.

▦ 대표적인 온열질환은 4가지다. 열경련,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릴 경우 발생한다. 흘린 만큼 수분을 공급하지 않아 탈수상태가 되면 전신에 피로감이 몰려오고 구토 두통을 동반하는 열탈진이, 물만 마셔 혈액의 염분이 부족할 경우 근육통 경련이 생기는 열경련이 일어난다. 더위로 피부혈관이 확장해 혈압이 떨어지고 뇌로 가는 혈류가 나빠지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어지러움을 느끼다 기절하는 열실신을 겪을 수 있다. 체온이 높아져 의식 등 신체 중추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열사병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온열질환자의 70% 이상이 40대 이상 중ㆍ노년층이다. 나이 들면 더위나 갈증에 대한 자각능력이 감퇴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체온조절 능력이나 회복력이 떨어지는 노인은 치명적이다. 최근 온열질환 사망자 중 다수가 80세 전후 노인이었다. 젊더라도 바깥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언제든 이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온열질환의 80%는 실외에서 발생했다.

▦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폭염 중 노동자의 쉴 권리를 명시한 데 이어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까지 내놨다. 하지만 아무리 지침이 그럴 듯해도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무더위 쉼터가 늘어도 정작 노인들이 그게 어디있는지 모르고, 거동이 불편해 가기 힘들면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기상청은 국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1994년 폭염 관련 사망자를 3,384명으로 추정한다. 올여름이 그해에 맞먹는 수준이라면 최소 한 달은 재난 상황이다. 대비에 소홀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늘어선 안 될 일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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