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서 트럼프-푸틴 연결 역할
“정치권 침투하려 호의성 성관계”
美법무부, 스파이 혐의 부티나 기소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다 16일 체포된 마리아 부티나(맨 오른쪽)가 과거 한 공개 행사에 참석해 있는 모습.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러시아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최근 체포된 20대 러시아 여성이 성(性)을 미끼로 워싱턴 정가에 깊숙이 침투하려 한 사실이 미국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그는 특히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를 통해 이런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러시아 미녀 간첩 ‘안나 채프먼 사건’과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법원에 제출한 러시아 여성 마리아 부티나(29)에 대한 공소장에서 “(미국 정치권 인사의) 호의를 얻기 위해 성관계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서류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은 부티나가 ‘미국인 1’을 통해서 미국 정치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미국인들과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기재됐다. 아울러 부티나와 ‘미국인 1’은 개인적인 관계에 있었으며, 동거하기도 했다고도 설명돼 있다.

공소장이 올해 56세인 ‘미국인 1’의 신원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공화당 전략분석가이자 미국의 대표적 우익 로비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 회원 폴 에릭슨(56)을 뜻한다는 게 외신의 공통된 분석이다. 에릭슨은 2016년 5월 트럼프 대선 캠프 정책보좌관 릭 디어본에게 “트럼프 후보와 푸틴 대통령의 회동을 주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부티나는 적어도 2013년부터 에릭슨과 친분 관계를 형성했고, 두 사람은 NRA를 고리로 계속 협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티나와 ‘미국인 1’의 관계가 매우 친밀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은 “부티나는 단순히 ‘자신의 활동에 필요한 측면’으로서만 여겼기 때문에 (미국인 1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최소 한 번 이상, 부티나가 특정 이해단체의 일자리를 얻고자 다른 미국인에게 잠자리를 제안한 적도 있는 데다, ‘미국인 1’과의 동거에 경멸감을 표한 사실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부티나는 대학생 신분으로 생활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미ㆍ러 정상회담 성과를 깎아 내리려는 시도”라며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부티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16일)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체포됐었다. 부티나의 변호인도 이날 법원에서 열린 첫 심리에서 “부티나는 학생 비자로 미국에 입국,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대학생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부티나와 러시아 정부가 강력히 연결돼 있다는 게 미국 법무부의 판단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부티나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직원의 세부 연락처까지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체포 직전 그가 워싱턴의 한 은행을 방문, 러시아 내 은행 계좌로 3,500달러를 송금한 사실도 증거로 제시했다. 미국 법원은 이날 부티나 측의 보석 석방 요청을 기각했으며, 24일 다음 심리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