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르네상스] <43>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

의료 서비스 강국 독일 벤치마킹
창업부터 산학협력 아우르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메카
연 매출 50억 이상 기업 17개 입주
신속한 응급 의료 서비스 가능한
애플리케이션∙휴대용 기기 개발
수요자 생활 패턴 정보 공유해
예방 의학 분야로 패러다임 확대
원주시 지정면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 내 상설전시장은 최신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과 국내외 바이어를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제공

원주 의료기기 산업은 관광과 함께 강원도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강원도와 원주시에 따르면 원주지역 내 의료기기 생산 업체는 모두 137곳. 2016년 말 기준 이들 업체들이 생산하는 엑스레이를 비롯한 진단기기와 심폐소생술기, 고주파 치료기 등의 의료기 생산규모는 6,908억원으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은 12.3%다. 강원도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이 전국의 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원주 의료기기 산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업체들이 한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4억 3,500만달러, 우리 돈으로 4,850억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 수출액의 15% 가량을 원주 업체들이 책임지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20년 전인 1998년 20㎡ 남짓한 원주시 흥업면 보건지소 건물 한 켠에서 창업보육센터로 시작한 의료기기 산업이 제조업 불모지에 새로운 싹을 틔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원주시 지정면 기업도시에 자리한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있다. 독일의 의료특성화 도시인 튀틀링겐을 벤치마킹 해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창업에서 기술개발, 시장개척, 산학협력을 아우르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메카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서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는 누가의료기를 비롯해 아이센스, 씨유메디칼시스템, 메디아나 등이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와의 협력을 통해 한 단계 도약했다. “현재 입주 기업 가운데 연 매출 50억원 이상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17곳이고, 매출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코스닥 상장사도 나올 정도로 국내를 대표하는 첨단산업단지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의료기기 테크노밸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의료기기 최대 시장인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이 수출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특화된 기술력 없이는 지멘스와 필립스 등 철옹성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단순한 기술과 마케팅으론 판로를 개척하기 힘든 여건이 된 것이다.

때문에 최근 업계에서는 “원주 의료기기 산업에 2009년 대구와 충북 오송에 밀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실패했을 당시와 맞먹는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박성빈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 기획실장은 “의료기기 업체의 경우 수출 비중이 최대 70%에 달해 글로벌 시장 위축은 매출감소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원주 의료기기테크노 밸리 내 입주 업체 연구진이 시제품 활용 데이터를 보며 상용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제공

이에 따라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업체들은 사활을 건 혁신을 추진 중이다.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의료기기 산업 발전 2025’ 프로젝트다. 의료기기 개발에서 판매, 시장 개척 및 철수에 이르는 생애주기를 꼼꼼히 살펴주는 일종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략이다.

가장 먼저 의료기기 테크노밸리는 입주기업에 글로벌 시장 분석을 통한 아이디어 제공에서 디자인, 시제품 생산, 인허가와 수출지원 마케팅에 이르는 ‘원 스톱’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업 입장에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품개발과정에서 투자유치와 저리 자금지원도 가능하다. 또 언제라도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판촉이 가능한 ‘대형마트’격인 상설판매장과 연구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입소문을 타고 국내외 바이어들이 원주권 업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중국 상하이(上海) 국제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전시회에 충북 업체들과 공동부스를 마련해 참가, 357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는 지난해보다 15% 가량 늘어난 액수다. 앞서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4회 KIMES(대한민국 국제의료기기ㆍ병원설비전시회)에서도 강원권 의료기기 업체들은 내수 34억9,000만원, 845만 달러의 수출계약 성과를 올렸다.

원주 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유라시아 의학센터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러시아 시장개척을 위한 협약을 맺는가 하면 독일 작센주 바이오색소니와 일본 돗토리(鳥取)현, 후쿠시마(福島)현과도 공동 클러스터를 추진 중이다.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입주 기업들에게 해외 박람회 참가를 지원,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제공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의료기기와 사물인터넷(Internet on ThingㆍIoT) 융합기술 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로 이동하는 보건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세대 원주세브란스병원 등과 함께 IoT기기가 수집한 빅테이터 정보를 기업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2021년까지 모두 194억 3,000만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다.

예를 들어 첫 단계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신속히 응급의료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과 휴대용 의료기 등을 개발한다. 이후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수요자의 생활패턴 등 의미 있는 정보를 의료기기 업체들과 공유하는 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를 접목시켜 더 ‘똑똑한 의료기기’ 개발에 속도를 낸다. 이를 통해 의료산업 패러다임을 진단과 치료에서 예방의학 분야로 확대시킨다는 게 원주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의 구상이다.

다행히 정부도 최근 의료기기 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AI진단기기와 수술 로봇 등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 개발에서 해외 시장개척을 아우르는 원 스톱 지원 시스템 구축 의지를 밝힌 것.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달 4일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열린 바이오 헬스 전략회의에서 “빅테이터 플랫폼 구축은 물론 의료기 업체와 병원간 협업과 중소기업 공동 수출품목 기획, 해외 공동진출 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종수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은 “전문 인력양성과 융복합 연구개발(R&D) 활성화와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 국제조달시장 진출 지원 등 입체적 전략을 통해 첨단 의료산업을 이끄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주=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역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