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보양식 하면 떠오르는 것이 ‘삼계탕’이다. 이번 초복에도 ‘삼계탕’은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두드러진 것은 ‘삼계탕’과 더불어 ‘계삼탕’이 화제에 올랐다는 점이다. ‘삼계탕’과 ‘계삼탕’을 관련지은 기사들의 요점은 “주재료가 닭이고 부재료가 인삼이었기에 본래 ‘계삼탕’으로 불렸지만, 닭보다 인삼이 귀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부터는 지금의 이름인 ‘삼계탕’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겠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낱말이 형성된 과정을 곡해할 수 있다.

어근이 두 개 이상 결합하여 만들어진 낱말에서, 앞선 어근은 뒤의 어근을 수식하는 기능을 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금반지’는 ‘금’과 ‘반지’를 어근으로 한 낱말인데, 여기에서 ‘금’은 중심 어근인 ‘반지’의 특징을 부각하는 수식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낱말 형성 원리를 염두에 두고 ‘계삼탕’과 ‘삼계탕’의 관련어를 찾다 보면 눈에 띄는 게 ‘인삼탕’과 ‘계탕’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인삼탕’을 “인삼을 넣어 달인 탕약. 독삼탕, 계삼탕 따위가 있다”로 풀이했다. 이 풀이에 근거하면 ‘주재료가 닭이고 부재료가 인삼’이란 뜻으로 ‘계삼탕’이라 한 게 아니라, ‘닭을 넣은 인삼탕’이란 뜻으로 ‘계삼탕(鷄+[人]蔘湯)’이라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닭국’이란 뜻의 ‘계탕’이 있음을 볼 때, 이를 어근으로 ‘삼을 넣은 계탕’이란 뜻의 ‘삼계탕(蔘+鷄湯)’이 만들어졌음도 알 수 있다.

결국 ‘삼계탕’과 ‘계삼탕’은 같은 음식을 가리키는 말로 쓰일 수 있겠지만, 전자에는 ‘계탕’의 한 종류라는 의미가, 후자에는 ‘인삼탕’의 한 종류라는 의미가 남게 된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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