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임종헌 前 차장 컴퓨터 속 문건 확인

상고법원 추진 위해 압박ㆍ뒷거래 가능성
現 대법원, 검찰에 문건 제출 거부 파장
부실조사ㆍ양승태 대법원 봐주기 논란 일 듯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2차 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정치인이나 언론 매체들과 관련한 재판을 별도로 챙기면서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인이나 언론사를 상대로 한 ‘재판 거래용’일 가능성도 있어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1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전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석,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특정 정치인들과 언론사들 재판 동향을 별도로 관리한 정황이 담긴 다수의 문건을 확인했다.

이 문건들은 기존에 알려진 KTX 해고승무원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긴급조치 피해자 배상청구 사건 등 정치ㆍ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사건들 외에도 대법원의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사자들의 재판을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의 지위 박탈 여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각종 보도들로 인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ㆍ고발당한 언론사 관련 사건 등이 문건에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의원뿐 아니라 국회 측 지지 입장을 얻어내거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사 압박 혹은 ‘뒷거래’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앞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검찰에 임의제출한 410개 문건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한 정황이 담겨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대법원 측은 “410개 문건들과 관련성이 적다”며 검찰이 이 문건들을 포함한 일부 문건들을 검찰이 가져가는 걸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사법부 판사 뒷조사(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후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특별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마치기까지 1년 가량 걸렸지만 문건 공개 누락 등 ‘셀프 조사’의 부실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양승태 사법부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부 문건 공개 이후 현 대법원의 미온적 대처와 판단은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청와대 등과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 “재판거래를 인정할 만한 자료와 사정,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믿는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는 대법원 측의 임의적이고, 선별적인 문건 제출 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양 기관간 마찰도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6일부터 대법원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대법원 관계자 참관 하에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전ㆍ현직 관계자 자료를 복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료 제출이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검찰이 추가 확보할 문건에 대한 수사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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