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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해송환

입력
2018.07.18 19:05
수정
2018.07.18 21: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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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봉환 행사가 최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렸다. 1위는 미국으로 가고, 다른 1위는 미국에서 오는 이례적 봉환이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윤경혁 일병은 미군 1기병단 소속 카투사였다. 평남 개천에서 전사한 지 68년 만에 1만5,000km를 돌아왔다. 북이 송환한 미군 유해에 섞여 하와이 전쟁포로ㆍ실종자확인국(DPAA)에서 17년을 기다렸다. 미군 병사 유해는 아직 가족을 찾지 못했다. 강원 철원군 잠옥리에서 찾아냈지만 유럽계로 나타나 DPAA가 신원 확인에 나섰다.

▦ 한국전쟁 실종 미군은 베트남전 실종자 보다 많다. 실종자 7,800명 중 북에 묻힌 이만 5,300여 명. 승리를 낙관하고 전사자를 가매장한 뒤 전진, 또 전진한 때문이다.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미군은 퇴로조차 끊겼고, 임시 묘역은 북에 남겨둬야 했다. 미 해병의 최대 치욕으로 남은 장진호 전투에서 숨진 1,200여 명은 묻힌 곳이 어딘지 기록도 없다. 휴전 이듬해 4,167위 송환 이후 북의 유해송환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1996년부터 북미 합동으로 229위를 찾아냈지만 이마저 북핵 위기로 2005년 중단됐다. 북은 수년 전부터 200위 송환을 제안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에 합의했다. 1953년 정전협정에서 상호 약속한 것이니 재합의라 불러야 옳다. 유해송환을 위한 판문점 북미 협상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하지만 북이 트럼프 정부가 아니라 미국인 마음을 움직이려면 유해송환이 가장 빠른 길이다. 미군 유해 200위 송환은 미국과 미국인을 숙연하게 만드는 행사가 될 것이다. 엄숙하고, 가슴 먹먹한 유해 귀환, 그 200개의 ‘히스 스토리(His story)’에 세계도 달라진 북한을 기억할 것이다.

▦ 유해송환은 가족 역사의 복원이다. 유족들은 아버지, 동생, 형이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귀가할 거란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유해라도 돌아올 때까지 상처는 아물지 못한다. 더구나 7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을 기억하는 유족마저 줄고 있다. 늦었지만 남북도 비무장지대에 흩어진 유해 발굴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더 이상 유해송환이 미군 위주 행사여선 안 된다. 유해나마 가족 품에 안겨드리는 건 남은 이들의 도리이자 그 유해 위에서 대치 중인 남북이 평화를 여는 길이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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