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데
최저임금 본질 피한채 변죽만 울려
‘백성의 하늘’ 밥 문제 근본 해결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TV토론회에서 히트친 질문이다. 이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지하게 물어볼 때가 됐다. 소득주도성장 실험도 1년이 지났으니 중간점검도 하고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어딜 고쳐야 할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지표는 이제 뉴스가 안 될 정도다. 게다가 최저임금 문제로 소상공인들이 불복종 투쟁까지 벌이기로 했다. 불복종 투쟁은 법률을 위반해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정부 정책을 변경시키려는 행동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란다. 수백만 자영업자들이 관련돼 있어 간단히 무시할 사안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창업이 반복되면서 ‘인테리어와 간판업자만 호황’이라고 한다.

최저임금발 고용 대란도 현실화하고 있다. 고용이 참사 수준이다. 이래저래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헛다리를 짚는다. 본질은 회피하고 변죽만 두드리니 그렇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소상공인들 주장대로 5인 이하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부터 한번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임대료, 카드ㆍ가맹 수수료 인하 등은 상대가 있어서 속도 내기가 쉽지 않다.

소득주도 성장이 위기에 처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와 최저임금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동시에, 빨리 달성하려 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준비돼 있지 않은 상황인데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려니 일자리가 흔들리는 역풍이 부는 것이다. 또 지지율이 아무리 높아도 ‘시장 논리를 거스르면 정부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교훈을 무시했다.

미래학자이자 벤처기업가인 스티브 사마티노는 저서 ‘넥스트 위너’에서 정치와 시장의 엇박자 관계를 지적한다. “일자리에 관한 정치인의 약속보다 더 악의적인 약속은 없다. 그들은 모든 잘못된 메시지를 사회에 보낸다. 사람들은 자신을 돌봐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시스템이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 믿는다. 그것을 아는 정치인들은 믿음과 인내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은 정치가의 약속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통상 정권의 동력 상실은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는 무리한 정책에서 시작된다. 광우병 사태를 비롯, 행정수도 이전, 4대강, 세월호 등이 ‘이명박근혜’ 정권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사례다. 그 바람에 양 정권은 임기의 하프라인을 지나며 레임덕을 맞이했다. 이후 개혁법안 통과 등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고 정치적 동력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대중을 결집시키는 공약은 후련함을 안겨 주지만 결과가 바람대로 나오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입는다. 정부는 최저임금 공약에서 결코 후퇴해서도 안 되고 후퇴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지자들이 ‘개혁 후퇴’라며 반발하는 것이 두려울 테다. 궤도 수정은 불가능하고 퇴로가 없는 불가역적 정책이 된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최저임금 문제는 향후 정국을 뒤흔드는 가장 큰 뇌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들의 밥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율곡 이이는 제왕학을 정리해 선조에게 올린 ‘성학집요’에서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겨야 하지만 백성들이 하늘로 여기는 것은 먹을 양식이다. 백성들이 그들의 하늘, 즉 먹을 것을 잃으면 나라가 의지할 곳이 없게 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얘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리더십의 유형을 두뇌의 좋고 나쁨,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변수로 조합하면 4개 유형이 나온다. 독일의 장군이 분석했다는 것으로, 김영삼 대통령 시절 유행했지만 요즘은 직장 상사와 부하관계로 변형된 버전이 나와 있다.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가 그것이다. 똑게는 리더, 똑부는 참모에 적합하지만 최악은 멍부라고 한다. 문 정부는 어느 리더십에 속하는지 곰곰이 자문해 볼 때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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