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비친 세상]

법원 “표현의 자유 범위 넘어”
그래픽=박구원 기자

인터넷 보수매체 소속 기자인 김모(62)씨는 2016년 8월 7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동호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한 여성과 말다툼 중 “하는 짓을 보면 보슬아치, 조금 심하면 메갈리아, 좀 더 나아가면 워마드에 속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했다. ‘보슬아치’는 성(性)을 무기로 특권을 누리려고 하는 여성을 뜻하는 은어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남성혐오 내용이 주로 게시되는 커뮤니티 사이트 이름이다. 김씨는 이후에도 총 14회에 걸쳐 여성에게 이 같은 표현들을 사용한 혐의(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작년 7월 열린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모욕한 공소사실을 인정해 김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피해자에게 경멸감과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을 하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행위를 했다”며 “이를 단순히 분노 감정을 표출하거나 저속한 표현을 쓴 정도로 평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체대화방 특성상 공연성과 전파 가능성도 인정돼 피해자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추상적 위험 또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씨는 “‘보슬아치’라는 단어가 비속어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당 문구들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다”며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수영)도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 발언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도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라며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이 김씨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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