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내달 임기가 끝나는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로 관리감독기구 ㆍ방문진) 이사진 선출을 놓고 ‘정치권 나눠먹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도 지지부진해 지난해 정권 교체 전후로 강하게 제기됐던 공영방송 개혁 주장도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6일 오전 KBS 이사 후보자 49명과 방문진 이사 후보자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방통위는 이날부터 닷새 동안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견을 받는다. 각 후보자 검증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심사에서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보자 지원서가 공개용과 비공개용으로 나눠져 있고, 추천인(단체)마저 공개되지 않아 “정치권의 ‘깜깜이’ 이사 선임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KBS와 방문진 이사를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에서 추천(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행을 앞세운 현실은 법과 다르다. 여당과 야당이 7대4(KBS) 또는 6대3(방문진ㆍEBS) 비율로 이사를 추천해 선임해왔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들이 결정되는 구조인 셈이다. KBS와 방문진 이사들은 재적이사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KBS와 MBC 사장을 선임한다. 정치권이 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국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간여하니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이사 선출과 이사회 구성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방송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날 공개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명단만으로도 이사 선임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아나운서국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고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국 차장, 보도 공정성 훼손 논란이 있었던 최기화 전 MBC 보도국장, 김도인 전 MBC 편성국장 등이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을 누가 추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과 정치권의 사전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방송법 개정 목소리가 높지만 방송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에 표류 중이다. 7월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처리가 불확실하다. 방송법 개정안은 2016년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13인(이사장 포함)으로 구성하되 여당이 7인, 야당이 6인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사회가 사장을 임면 제청할 경우 재적이사 3분의 2 이사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채택하도록 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 긴급토론회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의 방송에 대한 철학이나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이사회가 성별, 지역별, 계층별, 연령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며 정치색이 배제된 이사진 구성을 촉구했다. 또한 “시민사회와 현업언론인들은 75명의 지원자들에 대한 ‘독한 검증’에 착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글ㆍ사진=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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