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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2030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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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2030 남성들

입력
2018.07.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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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트레이너와 맞춤 양복 사업을 겸하는 안성환(24)씨가 검은색 시트지를 붙인 자신만의 주방을 선보이고 있다. 박우용씨 제공
헬스 트레이너와 맞춤 양복 사업을 겸하는 안성환(24)씨가 검은색 시트지를 붙인 자신만의 주방을 선보이고 있다. 박우용씨 제공

광고 디자이너인 이승훈(31)씨는 4년 전 원룸 자취방 한쪽 벽을 진한 회색으로 칠하며 셀프 인테리어에 입문했다. 셀프 인테리어란 외부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집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4년 전부터 혼자 살았는데 정리가 되지 않은 칙칙한 공간이었어요. 늦게까지 야근하고 돌아오면 도무지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방이었죠. 그래서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했죠."

처음에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는 이제 이씨의 삶을 윤택하고 다양하게 바꾼 취미가 됐다. 목공예를 즐기게 됐고 매 주 꽃 시장을 찾는다. 셀프 인테리어로 예쁘게 꾸민 방 사진을 에어비앤비에 올리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게 됐다.

요즘은 주변 친구들까지 셀프 인테리어를 이씨에게 의뢰한다. 이씨는 "친구들이 달라진 방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승훈씨가 셀프 인테리어로 꾸민 방. 이승훈씨 제공
이승훈씨가 셀프 인테리어로 꾸민 방. 이승훈씨 제공
이승훈씨가 셀프 인테리어로 꾸민 방. 이승훈씨 제공
이승훈씨가 셀프 인테리어로 꾸민 방. 이승훈씨 제공
셀프 인테리어 후 바뀐 이승훈씨의 주방. 이승훈씨 제공
셀프 인테리어 후 바뀐 이승훈씨의 주방. 이승훈씨 제공

‘힘들고 지친 나를 위한 위로’ 변하고 있는 2030 남성들의 자취방 풍경

셀프 인테리어로 방을 꾸미는 20, 30대 남자들이 늘고 있다. 남성들을 뜻하는 영어단어 '멘(men)'과 실내 장식을 뜻하는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 '멘즈테리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 온라인 장터인 지마켓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테리어 관련 상품의 남성 구매율이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했다.

영화를 좋아해 방에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며 나만의 영화관을 만든 정구상(29)씨는 "인터넷으로 인테리어 정보를 쉽게 얻으면서 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편안한 나만의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어 이제는 영화관보다 방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훈씨도 "전기 작업, 목공예, 공구를 다루는 일 등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접근하기 쉬운 부분들이 많다"며 "예쁜 것을 좋아하고 무엇이든 꾸미고 사진을 찍어 자랑하는 것이 여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셀프 인테리어를 즐기는 남성들은 ‘랜선 집들이’에 적극적이다. 랜선 집들이란 직접 꾸민 방 사진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사진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셀프 인테리어'로 검색하면 62만여개의 관련 게시물이 뜬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직접 집에 초대해서 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집 꾸미기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다.

낮아진 셀프 인테리어의 문턱

셀프 인테리어를 즐기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 꾸미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림스토리 미디어그룹을 운영하는 김재일(22)씨는 "어떤 방을 만들고 싶은지 기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준비를 꼼꼼하게 하지 않고 시작하면 오히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사람들은 이미지 공유 및 검색 사이트인 핀터레스트와 구글 등을 통해 많은 사진을 찾아보며 계획을 세우고 설계도를 직접 그린다. 고등학교 방과후 교사를 하며 미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김범상(28)씨는 방과 가구들의 실제 크기를 측정하고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구글 스케치업으로 3차원 설계도를 그렸다. 그리고 설계도에 맞춰 방을 꾸몄다.

김범상씨가 셀프 인테리어를 위해 구글 스케치업으로 직접 만든 설계도. 김범상씨 제공
김범상씨가 셀프 인테리어를 위해 구글 스케치업으로 직접 만든 설계도. 김범상씨 제공

목공예 등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으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직접 할 수 있다. 김범상(28)씨는 셀프인테리어 좀 한다는 남자들 사이에서 남다른 목공예 실력을 자랑한다. 덕분에 코너에 딱 들어맞도록 놓은 기역자 책상을 직접 만들었다. 그는 “방 코너에 둘 만한 책상을 찾았는데 원하는 크기의 책상이 없었다”며 “나무를 주문해서 직접 디자인한 책상을 만들고 페인트칠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재료는 온라인상에서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해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페인트나 시트지는 실제 매장에 가서 색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김범상씨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려면 공간의 모든 것을 다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벽지나 조명만 바꿔도 공간의 분위기가 달라지지만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방을 만들면 그만큼 만족감도 더 커진다"고 귀띔했다.

김범상씨가 나무를 주문해 직접 형태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 한 모서리 책상. 김범상씨 제공
김범상씨가 나무를 주문해 직접 형태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 한 모서리 책상. 김범상씨 제공

초보자들은 관련 전시회나 강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치동에 있는 박람회장 세텍(SETEC)에서 '셀프 인테리어 코리아페어'가 열렸다. 120개 업체가 참여한 전시회 규모는 첫 회 때인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관객은 지난해 1만6,000여명에서 올해 2만3,000여명으로 44% 증가했다. 나흘간 진행된 박람회에 페인트, 벽지ㆍ시트지, 타일ㆍ목재ㆍ바닥재, 조명 등 셀프 인테리어에 필요한 각종 재료와 용품 등이 전시됐다. 주최측인 ㈜이상네트웍스가 진행한 '돈 버는 셀프 집수리' 등 12개의 셀프 인테리어 강좌들은 모두 정원 50명을 채우며 사전 마감됐다.

황수정 인턴기자

김범상씨가 셀프 인테리어 한 거실. 회색조 바탕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김범상씨 제공
김범상씨가 셀프 인테리어 한 거실. 회색조 바탕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김범상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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