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10>보충역ㆍ면제자 등 군 비현역

면제자 위한 다양한 대체복무 도입 제안도

[저작권 한국일보] 김주성 기자

징병제를 따르는 한국 사회에서 군 면제자와 보충역들의 처우 개선 이슈는 좀처럼 심각하게 논의되질 못했다. 주변의 시선과 차별은 현역을 다녀오지 않은 대가로, 당사자들이 마땅히 감내해야만 하는 부분으로 여겨져 왔던 탓이다.

하지만 보충역ㆍ면제자들은 “잠시만이라도 주변을 돌아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관공서에서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을 대할 때, 군대에서의 경험담을 나눌 때 혹시나 이들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을지 한번만 되새겨 달라는 얘기다. 보충역 출신인 직장인 김희석(31)씨는 “현역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하면 그 이상으로 이유를 캐묻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인식도 확산했으면 좋겠다”며 “보충역ㆍ면제 판정을 받은 신체 상 이유를 설명하기도 벅찬 데다가, 지금은 괜찮다는 설득을 하기까지 너무 많은 스트레스가 따라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사지원서에 여전히 남아 있는 병역사항란을 제도적으로 없애달라는 목소리도 많다. 군면제자인 황성하(25)씨는 “현역 대상자이지만 아직 다녀오지 않은 ‘미필’ 정도만 특이사항으로 적게 하고, 현역필인지 보충역필인지, 면제면 사유는 뭔지 지원서에 세세하게 적도록 하는 관행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소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유사한 개선 사례로, 병무청은 채용과정 등에 제출하는 병적증명서에 군번, 계급, 주특기, 역종(현역ㆍ보충역 여부 등), 입영ㆍ전역일자 등 8가지 항목을 자세하게 표시하던 것을 지난해 입영ㆍ전역일자만 남기고 나머지를 선택사항으로 두는 방식으로 바꿨다. 인권 침해 여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뒤늦게 조치한 것이지만, 군 보충역ㆍ면제자들 사이에선 “그래도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씨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채용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병역사항 삭제 방안 등을 담은 ‘모범 이력서’ 가이드라인을 내는 것을 한번쯤 시도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는 오해가 덧씌워지지 않도록 병역판정검사의 신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병역판정 시스템의 허점으로 병역면탈(회피) 적발 사례가 2015년 47명에서 2016년 54명, 지난해 59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 게다가 신체검사에서 신장이 158.6㎝로 측정됐음에도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본다’는 개정 규칙을 검사 군의관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반올림하는 과거 규정을 적용해 현역 판정(159㎝ 이상은 현역)을 하는 등 황당한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충역 출신인 고창민(31)씨는 “병역판정 체계가 구멍이 없어야 군 면제자나 보충역들이 마땅한 사유가 있어 해당 판정을 받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존중 받게 될 것”이라며 “고위층이나 연예인 등의 병역비리가 끊이지 않는 탓에 마치 보충역ㆍ면제 판정이 특권으로 여겨지는 오명도 씻어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들은 병역 감면 방법을 공유하는 등 병역회피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단속 강화도 요구했다.

궁극적으로는 면제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2007년 만성 사구체신염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직장인 이모(30)씨는 “거의 모든 남성이 현역으로 입대하는 만큼 그렇지 않은 소수를 대상으로 생겨나는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선 결국 다양한 종류의 대체복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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