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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신질환 관리대책, 어렵지 않습니다

입력
2018.07.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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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근래 조현병 환자로 인한 사고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경찰관 순직이 발생한 경북 영양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이하 센터)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다. 과거 치료감호 병력이 있는 환자가 퇴원 후 여러 차례 소동을 벌였는데도 적절한 개입이 되지 않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되는데, 정신보건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의 특성이 영향을 주지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광주였다면 어땠을까.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주민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거나 주민의 자살위험성으로 경찰에 신고가 되면 해당 지역 센터로 연락이 오며, 경찰과 센터의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함께 현장으로 출동한다. 응급 입원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당직 정신의료기관을 정해 예산도 지원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입원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주민이라도 응급구호비를 지원하여 필요한 입원이 지연되지 않도록 한다. 퇴원 시 센터와 협력하여 치료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사례관리를 한다. 아울러 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40여명의 마음건강주치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도 받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광주와 같은 시스템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 때문이다. 광주 지역의 인구 1인당 지역사회 정신보건예산은 6,707원으로 미국의 2만2,782원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규모이긴 하나, 경북 지역의 2,605원에 비해서는 2.5배 정도 많다. 예산과 전문인력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채 제대로 된 정신건강 관리체계 운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내실 있는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먼저 정신보건 예산을 2,3배 증액하고 전문인력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여러 지역사회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의 퇴원 시 보건소로 의뢰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 없이도 생활을 잘하고 있는 조현병 환자도 적지 않다. 또 현재 보건소로 퇴원 통지된 환자 중 센터 등록 비율은 4%에 불과한데, 관리를 원치 않는 환자를 굳이 센터로 연결한다 해도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기 어렵다. 때문에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서 외래 방문을 점검하고 사회적응과 센터 연계를 도울 수 있는 ‘병원 기반 사례관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례관리’ 제도가 자살사망률 감소에 기여한 점을 돌아보면 조현병 대상자를 병원에서 사례관리하고 센터로 연계하는 과정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필요하다.

정신보건예산이 증액된 광주의 경우 정신질환자의 센터 등록 비율이 7개 광역시 중 가장 높다. 특히 조현병의 발병 시기인 청년 환자가 전체 신규 등록의 50%를 넘는데, 이는 다른 지역 센터의 15%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광주의 청년 정신건강센터인 ‘마인드링크’의 올해 신규 회원 중 절반 이상은 본인이나 보호자가 스스로 방문해 등록이 이뤄졌다. 적절한 예산 투자로 시스템을 갖추면 자연스럽게 정신보건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지고 안정적 관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러한 투자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전문적인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투자는 모두의 평안하고 건강한 삶으로 돌아올 것이므로 가장 경제적인 투자가 될 것이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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