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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주 52시간제 출발~ 당신의 노동은 어떠신가요?

입력
2018.07.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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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 52시간 근로제가 이번 달부터 출발했습니다. 근로자들의 표정은 회사마다 천차만별! 대기업은 여유로운 반면, 중소기업은 ‘거의 손을 놓은 것’과 다름 없다고 하는데요. 한국일보가 정리해봤습니다.

제작 박지윤 기자













7월부터 '저녁 있는 삶'을 위한 주 최대 52시간 근로시대가 열렸습니다. 노동 대격변에 근로자들과 기업들 모두 술렁이고 있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충분히 준비를 갖춘 대기업과 대비에 난항을 겪어온 중소ㆍ중견기업 사이의 간극은 대단했습니다. 

여유로운 대기업 표정부터 살펴볼까요? 큰 혼란 없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양새입니다. 법 시행 이전부터 시차 출퇴근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찾은 결과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기업인 한화케미칼에 다니는 김모(38)씨는 요즘 ‘30분의 기적’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출근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시차 출퇴근제를 활용해 아이의 어린이집 등ㆍ하원을 도맡기 시작한 겁니다. 아이를 데려다주며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고 부녀 사이는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매일 12시간을 넘게 일했는데 이젠 저녁시간에 퇴근할 수 있어져 너무 좋아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더 줄여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화장품 제조사 사원 이유나(26)씨)  “매일같이 자정에 퇴근하면서도 추가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죠.”  (대기업 제조업체 5년차 과장 백모(34)씨)

근로자 300인을 갓 넘긴 기업들은 어떨까요? ‘일단 지켜보자’고 손을 놓은 곳이 수두룩합니다. 인력충원을 마치지 못해 아무런 대책이 없이 넋놓고 있다가 시행 직전에 6개월 처벌유예 결정이 내려지자 쌍수 들고 환영한 경우가 대다수. 

실제로 A씨의 회사는 유연근무제를 5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감히 신청할 용자(용감한 사람)가 있을까요? 한국 회사에서 어떤 윗사람이 ‘오후에 출근하겠다’하면 좋아하겠어요.”

 ‘PC오프제’를 비롯한 관련 제도들이 벌써부터 유명무실해진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업무량이 그대로니 괜히 회사에서 할 일을 집에서 하느라 업무 파일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기느라 번거로워졌을 뿐이죠. 일하는 장소만 바뀌었어요. ” (증권사에 다니는 정민재(32)씨)

심지어는 일하는 시간이 주 52시간에 미치지 않는다며 추가 근무를 지시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가 완전히 무색해진 것.  “인사팀에서 처음엔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하더니 나중엔 하루에 3시간씩 더 일해야 주 52시간이 된다며 무조건 연장근로를 시키고 있어요.”  (중소 정보통신(IT)업체의 개발자인 민동주(29)씨)  

생산직, 특수직 근로자들은 임금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당장 월급이 80만원 정도 줄게 생겼는데 누가 반기겠어요. 일할 사람도 없는데 더 일하고 싶다는 사람은 일하게 해줘야 합니다” (경기 고양시의 버스업체 소속 운전사 김모(62)씨)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은 7월 이전에 쉬는 날 없이 최대한 공사를 많이 해 놓는 임시방편 외에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모양새입니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라 하청업체들은 초과 근무를 감수해왔어요. 현장인력의 대부분인 일용직들은 물 찰 때 바짝 벌고 그 돈으로 버티는데 앞으론 대책이 없습니다”  (경남지역의 건설 하청업체 대표)

과로사회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의 첫 단추가 꿰어졌지만 받아들이는 표현은 천차만별인 상황.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집니다. 

제작 박지윤 기자

원문 전혼잎 기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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