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유럽 의원들은 보좌진 없어도 일 잘해”
국회 보좌진 9명→1명으로 파격 감축키로
8명은 당이나 지역으로, 사표 내고 국회 떠나
“신선” “너무 튄다” 논란에 정치 혐오 조장 우려
김종대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의정활동을 도울 보좌진이 필요 없다”고 선언했다. 한국 정치사에 전례 없는 파격적인 도전을 놓고 “신선하다”는 호평도 있는 반면, “나르시즘에 빠진 요상한 실험”이라는 비아냥도 만만치 않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국회 개혁은 국회의원 개혁'이라는 글을 올려 9명인 보좌진을 이달 안에 1명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원실을 떠나는 보좌진 8명은 ‘시민 보좌관’으로 삼아 당의 민생 부서와 지역에서 활동하도록 하고, 자신은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수행비서 1명으로도 충분히 의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1명을 제외한 8명의 보좌진 상당수는 바로 사표를 썼다.

현행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은 의원이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 각 1명 ▦유급 인턴 1명까지 총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원실은 이에 맞춰 9명의 보좌진을 꾸려 정무, 정책, 지역구 관리 등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김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원총회에서 서방 국가 의원들이 보좌관 도움 없이도 회의에 임하던 모습을 회상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여당 의원은 행정부로부터 빼낸 정보로, 야당 의원은 보좌관을 쥐어짜서 하는 것이니 자신의 실력이 아니다"라고 독설을 날렸다.

외국 의원들이 보좌진 없이도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 덕분이라는 지적에는 "(우리 국회에도) 예산정책처, 법제예산실, 입법조사처, 상임위 전문위원, 당 연구소, 정책위의 전문위원까지 지원제도가 넘쳐난다"면서 입법활동 지원 제도가 너무 많아 오히려 어떻게 활용하는지 모르는 의원이 많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보좌진 슬림화' 선언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회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김 의원에 대한 성토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 사용자는 “보좌관 8명을 의원실 대신 당과 지역으로 보내겠다는 김 의원의 주장은 세금으로 당직자와 본인 (예비) 지역구 직원 월급 주겠다는 말”이라며 “결코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하실 말씀이 아니다”라는 평을 남겼다.

‘보좌진 돌려막기’는 자칫 국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채용한 인원을 당으로 보내는 건 보좌진의 취지에 맞지 않는 탓이다. 국회 관계자는 “왜 그리 잘난 척하면서 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고향인 청주지역 출마를 노리고 있다.

당장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업무가 폭주할 텐데 보좌진 1명만으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은 “정 모자라면 한시적으로 외부 자원봉사자를 쓰면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매년 국정감사 시즌마다 국회 보좌관들은 밤샘 일정을 소화하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다른 국회 관계자는 “국회 업무에 익숙지 않을 자원봉사자만으로도 업무의 공백이 없다면 다른 의원들은 모두 바보나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이 같은 파격은 김 의원의 과거 언행과도 배치된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인턴 정원을 줄이는 대신 8급 비서를 증원하는 법안 표결에 찬성표를 던졌다. 인턴 해고 사태를 방지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여야 한다는 김 의원의 최근 주장과 어긋난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며 “의원들이 제 할 일을 스스로 하면 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일하는 국회를 명분으로 엉뚱하게 기존 보좌진들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언뜻 사이다처럼 후련해 보이는 김 의원의 실험은 반대로 정치 혐오를 조장할 수도 있다. 민생을 살뜰히 챙겨야 하는 정치가 마치 ‘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좌진 없는 김 의원이 과연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정치권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의재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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