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하루 15조원 거래대금
이달들어 9조원대로 급감
미중 무역분쟁+달러 강세 겹쳐
외국인ㆍ기관투자자 매도세 일관
매수하던 개인도 투자심리 위축
“대외 악재 끝나야 거래량 회복”
[저작권 한국일보]

상반기 하루 평균 15조원에 육박하던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9조원 선까지 급감했다. 미중 무역전쟁, 달러화 강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개인의 투자 심리까지 얼어붙은 것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거래일(2~13일) 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일일 거래대금은 평균 9조8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을 구가하던 증시 거래량이 이달엔 지난해 하루 거래대금(9조143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격히 쪼그라든 것이다.

상반기만 해도 국내 증시의 일일 거래대금은 월 평균 12조~15조원에 달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호황,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북한경제 개방 기대 등 호재가 겹친 덕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1월 일일 거래대금은 15조8,107억원으로 월 평균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월에는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 시행 효과까지 겹치며 코스피 상장사의 일일 거래대금만 9조원을 넘어섰고(9조533억원), 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거래대금은 역대 2위인 14조9,91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의 급랭은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 상승 등 대외 악재가 외국인을 넘어 국내 투자자의 심리까지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매도, 개인투자자는 매수로 양분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연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 예고와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를 계기로 외국인이 상반기 동안 국내 증시에서 4조53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에 국내 개인은 7조2,33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 활황세를 이끌어 왔다. 그렇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넉넉히’ 받아주던 개인의 투자 심리가 이달 미중 무역전쟁 개시라는 악재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한 점, 국내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해온 반도체 업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은 점 등은 또다른 악재로 꼽힌다.

개인 투자심리 위축은 증시 자금 흐름 변화에서도 감지된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겨놓은 돈으로, 주식투자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12일 기준 26조3,751억원에 머물렀다. 연중 최고 수준이던 31조7,864억원(1월 29일)에 비해 6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말(12월29일 26조4,996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신용으로 빌린 자금을 뜻하는 신용공여 잔고도 12일 기준 11조1,79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지난달 12일 12조6,480억원 이후 한달 새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대외 악재가 완화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돌아와야 국내 증시의 해빙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미국 주식이나 선진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피신한 글로벌 투자자금이 국내로 돌아오려면 ‘미중 무역전쟁 완화→달러화 가치 안정’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인성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완만하게 하락한 것에 비해 코스피 지수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의 이탈”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1,000원대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외국인들도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업종을 중심으로 매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 감소폭이 커져 투자자금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분쟁의 조속한 마무리가 국내 증시 거래량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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