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핸들러 김경순씨의 도구

김경순 서울옥션 작품관리팀 팀장의 애장품. 왼쪽부터 손전등, 수평계, 흰 목장갑. 홍인기 기자

“사실은 똑같아요. 빨간색 목장갑이나 흰색 목장갑이나.” 아트 핸들러 김경순 서울옥션 작품관리팀 팀장이 손바닥에 하얀 고무 처리가 된 목장갑을 내려 놓으며 웃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늘 3가지 물건이 들어 있다. 그림을 벽에 걸 때 수평을 맞추는 수평계, 작품의 상태를 체크할 때 쓰는 손전등, 그리고 이 하얀 목장갑이다.

목장갑은 주로 그림이나 조각을 만질 때 낀다. 도자기나 낱장으로 된 종이를 만질 때는 목장갑 대신 라텍스 장갑을 껴야 한다. 손의 감각이 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엔 도자기를 만질 때 손으로 직접 만져야 했어요. 장갑을 끼면 미세한 힘 조절이 잘 안 될 수도 있거든요. 요즘엔 맨 손과 가장 흡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라텍스 장갑이 나와서 이걸 씁니다.”

대부분의 라텍스 장갑은 작품 한두 점을 만진 뒤엔 버린다. 땀으로 범벅이 되기 때문이다. “통풍이 안 되는 재질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림을 만질 때의 긴장감이 있어요. 작품의 무게 때문에 땀이 나는 것도 있고요. 아트 핸들러의 노동 강도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도구라 하겠네요.”

도자기 등의 작품 외에 일반적인 경우엔 목장갑을 쓴다. 하얀 목장갑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차이점이 있다면 조금 색다르고 그래서 좀더 예쁘다는 것. 미술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시각적인 것에 예민해 일부러 흰 목장갑을 따로 주문해서 쓴다고 한다. “빨간 목장갑은 주로 건축자재를 나르는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잖아요. 공사 현장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건축자재보다는 미술 작품이 더 예뻐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랄까요. 작품은 운반되는 순간에도 아름다워야 하니까요.”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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