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 CEO 토리 버치
2004년 맨해튼 작은 매장서 런칭
신발 넘어 의류ㆍ가방 등 사업 확장
온라인서도 독보적 판매망 구축
“여성이 성공해야 사회가 변화”
2014년부터 매년 10명 선정
최대 10만 달러까지 상금 지원
“여성만의 힘ㆍ꿈 서로 독려하자”
#임브레이스엠비션 캠페인 진행
기네스 펠트로 등 141만명 동참
토리 버치 사진. Patrick Demarchelier 작품. 삼성물산 제공

화려한 색상의 하이힐 아니면 운동화로 양분되던 여성 신발 시장의 오랜 흐름을 뚫고 낮은 굽에 깔끔한 색채와 디자인으로 무장한 ‘플랫슈즈(Flat Shoes)’를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미국의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Tory Burch)’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토리 버치(52)가 새로운 도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뉴욕 사교계의 명사인 버치의 큰 그림은 하이힐에 대한 역발상만큼 파격적인, ‘100만 달러 클럽 여성 사업가 만들기’ 프로젝트다. 남성 중심의 산업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사업가들을 도와 연간 수익 100만달러(11억3,000만원) 이상을 너끈히 올리는 성공한 경영자로 키우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여성들이 성공하면 가족과 커뮤니티가 모두 변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시작된 그녀의 두 번째 도전은 패션업계를 넘어 글로벌 경영 리더십 시장에서 제2의 ‘플랫슈즈 신드롬’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

토리 버치 CEO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토리 버치 브랜드 성공 이후를 생각하다

버치가 구상한 새로운 프로젝트는 손수 일군 ‘토리 버치’ 브랜드의 성공 없이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2004년 뉴욕 맨해튼의 작은 매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 성공 신화의 시작이었다. 플랫슈즈의 선풍적 인기 이후 토리 버치는 전 세계 240개 단독매장 및 온라인 매장, 3,000개 이상의 백화점 및 편집 매장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토리 버치는 보헤미안 감각이 느껴지는 특유의 컬러와 프린트, 섬세한 디테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신발을 넘어 의류, 가방, 액세서리까지 폭넓게 출시하고 있다. 토니 버치의 명성은 유명 여성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확장되고 있다. 2013년 세계적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와 손잡고 향수와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고, 2009년 이탈리아 안경 회사 룩소티카(Luxottica)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2014년엔 미국의 파슬(Fossil)과 함께 시계 브랜드도 런칭했다.

버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2004년 브랜드 첫 런칭 때부터 온라인 스토어 ‘토리 버치 닷컴(toryburch.com)’을 선보인 그는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독창성을 자연스럽게 알리려 2009년 온라인 매거진 ‘토리 버치 블로그(Tory Burch Blog)’를 내놓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2012년엔 ‘토리 데일리(Tory Daily)’라는 이름의 전용 어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트렌드를 선도했다. 토리 버치는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웨이보(Weibo), 핀트레스트(Pintrest), 텀블러(Tumblr),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들이 발휘하는 영향력을 인지, 해당 SNS의 서비스 초기부터 활발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토리 버치는 현재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토리 버치 닷컴은 호주 캐나다 스위스 인도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30개국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전략의 성공으로 토리 버치는 런칭 이후 올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토리 버치 재단 홈페이지. 인터넷 캡처
성공한 여성 사업가의 꿈을 지원하다

확장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버치의 고민은 브랜드의 영속성과 차별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성공한 여성 사업가가 브랜드 평판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 자선 사업을 하는 패턴은 이미 정형화됐고, 인권, 양성평등 등 비금전적 영역의 여권 신장 운동은 브랜드 성격을 지나치게 급진화할 우려가 있었다. 토리 버치만의 혁신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모두의 주목을 받는 것. 성공이 가져다 준 필연적 고민의 시간은 그렇게 깊어져 갔다.

버치의 결단은 ‘2%’와 ‘3.5배’라는 수치와 함께 전환점을 맞았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처럼 성공한 사업가이자 유명인(셀러브리티)이 되길 꿈꾸지만, 현실은 미국 내 여성 운영 사업체 중 2%만이 연간 수익 100만 달러의 문턱을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남성들의 사업체가 같은 문턱을 넘는 비율은 여성의 3.5배에 달했다. 2%와 3.5배의 간극. 그 사이에서 버치는 여성 사업가의 롤모델로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명확히 인지했다.

버치는 2009년 세운 ‘토리 버치 재단’의 사업 방향을 2014년 ‘토리 버치 펠로우 프로그램(Tory Burch Fellows Program)’으로 선회했다. 이 프로그램은 토리 버치 재단 홈페이지(www.ToryBurchFoundation.org)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해마다 10명의 여성 펠로우를 선정한 뒤 이들의 사업 성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펠로우 프로그램 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로, 지난해 우승자 선정 투표에 일반인 5만명이 참가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버치는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위탁 운영하는 토리 버치 캐피탈 프로그램(Tory Burch Capital Program)을 통해 여성 사업가 1,000명에게 2,500만 달러를 대출해줬으며, 여성 사업가 140여 명에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교육 수업을 이수하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100만 달러 클럽 여성 사업가 만들기’ 프로젝트는 조금씩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첫 번째 펠로우 프로그램을 이수한 10명 중 다양성연구소(Diversity Lab)의 설립자이자 CEO인 카렌 울리히 스테이시(Caren Ulrich Stacey) 등 2명이 100만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2016년 펠로우 프로그램 우승자인 케이트 맥앨리어(Kate McAleer)는 10만 달러의 상금으로 좀 더 건강한 캔디바를 만드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 회사 직원을 2배 이상 늘렸다. 스테이시는 최근 인터뷰에서 “월별 코칭 세션을 이수하고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소개 받으면서 혼자 운영하고 있던 회사(다양성연구소)를 고수익 기업으로 발전시킬 노하우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여성의 성공이 커뮤니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버치의 신념이 이들을 통해 차츰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자신감을 얻은 토리 버치 재단은 지난해 3월부터 ‘#임브레이스엠비션(EmbraceAmbition)’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여성의 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여성만의 힘을 가지고 꿈을 펼치기 위해 서로 독려하자”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 캠페인에는 현재 141만 명이 참가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기네스 팰트로, 줄리안 무어, 리즈 위더스푼 등이 참여했고, 패션 분야에선 안나 원투어, 자선사업 분야에선 멜린다 게이츠 등이 동참했다.

지난 3월 방한한 버치는 이화여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토리 버치 브랜드는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을 더 키우기보다는 사람에 투자하고, 가장 중요한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올바른 기업 문화가 없다면 영속 가능한 회사는 없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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