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 “실무 준비 부족” 제기에
“바람 맞은 것 아니냐” 비관론도
"北, 유엔사 연락 받은 뒤
15일 장성급회담 역제안"
12일 판문점에서 예정된 북미 간 미군 유해송환 실무협상이 북측 인사의 불참으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판문점에서 경계근무 중인 병사들. 연합뉴스

미국이 12일 북한과 미군 유해송환을 위한 실무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협상 당일에 불발됐다. 대신 북측은 회담에 불참한 후 유엔군사령부 측에 한층 격을 높여 장성급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ㆍ12 북미 정상회담 후 한 달 만에 북측에서 실질적인 합의 이행에 나선다는 의미에서 주목 받았던 이번 회담이 막판에 연기되면서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던 북미 간 미군 유해송환 실무회담이 끝내 진행되지 않았다. 미국 측 국방부 전쟁포로ㆍ실종자확인국(DPAA) 관계자 등이 회담을 위해 판문점으로 향했으나 북측 인사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사전 통보 없이 회담에 불참했으며, 미국 측으로부터 연락 받은 다음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에 오는 15일 장성급회담 개최를 제의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송환은 6ㆍ12 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진행하기로 공식 합의한 사항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달 6~7일 3차 방북 후 “미 국방부 팀이 미군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2일쯤 북측 관계자들과 남북한 경계(판문점)에서 만날 것”이라고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양측은 이날 실무회담에서 유해송환 일정과 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북미관계 악화로 공동 유해발굴을 중단한 이후 처음 추진되는 이번 송환은 지난달 23일 임시운구함이 대거 판문점으로 옮겨졌음에도 2주 넘게 지체되고 있다. 주한미군은 당시 목재 운구함 100여개를 판문점에 대기시키는 동시에 송환식이 열릴 경기 오산시 미 공군기지에도 유해를 미국으로 보내는 데 쓰일 금속 관 158개를 준비해뒀다.

회담 연기 사유에 대해 여러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외교가에서는 실무 차원의 준비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측이 임시운구함을 차량에 실은 채 합의가 도출되는 대로 유해를 인도 받아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만큼 기술적 문제를 빠짐없이 조율하느라 시간이 지연됐을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북측이 의도적으로 회담을 지연시켰다는 비관론도 거세다. 미 당국자들이 이미 판문점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실무회담을 진행하려다 북측으로부터 바람 맞은 것 아니냐’는 쓴 소리다. 통상 인도주의 사안으로 분류되는 유해송환까지 북측에서 일정대로 응해주지 않을 경우 미사일엔진시험장 폐쇄, 핵폐기 신고 목록 제출 등 비핵화 의제를 추진할 때에는 더 많은 돌발 상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측은 계속해서 비핵화 관련 협상 사안을 단계별로 쪼개며 뜸을 들이고 있다”며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할 종전선언에 미국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무슨 의제든 협상을 지연하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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