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석의 성경 ‘속’ 이야기] <38>안식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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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7일 중 하루 쉰 것이 ‘안식일’ 기원
장소 아닌 시간을 거룩하게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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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기에
제때 규칙적으로 쉴 것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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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쉴 줄 모르는 현대인
사랑하는 사람과 즐길 수 있는
안식은 절대 미루지 말아야
17세기 러시아에서 발간된 성서에 들어 있는 삽화. 안식을 취하고 있는 하나님이다.

한국은 안경잡이들의 나라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하거나 라식 수술을 했다고 한다. 반면 태국의 모겐족은 시력이 9.0이라고 한다. 이런 차이는 생활환경에 기인한다. 하늘이나 먼 산봉우리를 늘 보면서 사는 사람들은 안경을 착용하는 일이 드물다. 모겐족은 하루에 2시간은 구름과 하늘을 본다고 한다. 하지만 빌딩 숲 사이에 살고 있는 도시인은 멀리 바라 볼 틈새도 찾기 어렵다. 사실 그럴 여유조차 없다.

요새 우리 눈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장시간 동안 문서 작업을 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각종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읽어 내려간다. 틈이 생겨도 이내 휴대폰을 들고 조그마한 스크린을 통해 깨알 같은 문자들을 읽고 보낸다. 심지어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휴대폰 스크린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한다. 잠시 들린 어느 공간에서도 우리 눈은 스크린의 테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식당이나 병원 대기실 등등 어디에나 걸려있는 스크린 속엔 항상 ‘트와이스’가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 심지어 고속버스 안에서도 한두 시간의 단잠을 앞에 걸린 스크린에게 빼앗기기 일쑤다.

어느덧 우리는 홀로 있을 수 있는 환경을 빼앗겨 버렸다. 정보 산업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상업주의 물결을 타고 우리를 가차 없이 공격한다. 쉴 새 없는 정보 산업의 융단 폭격으로부터 우리의 오감을 보호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테러 아닌가?

눈만 혹사당하는 것이 아니다. 분주함과 열성을 미덕으로 칭송하는 한국 사회는, 우리로부터 최대의 것을 뽑아내기 위하여 우리 생활을 채찍질하고 있다. 학생부터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바빠질 것을 강요당한다. 혼자 있어도 분주해야 하고,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눈과 손가락은 늘 바쁘게 정보를 교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을 참지 못하게 되었다. 홀로 앉아 잠잠히 시간을 갖는 것은 요가나 종교의 수련쯤으로 생각한다. 홀로 있는 것이 어색하고 두렵기까지 하다. 오랜 만에 혼자 있어 차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있으면 10분도 못 견디고 따분해 지거나 불안해진다. 아무것도 읽지 않고 보지 않고 듣지 않은 채 가만히 있어보는 경험은 낯설다. 누군가에겐 고문처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홀로 갖는 조용한 시간에 익숙해지는 것은 무척 큰 유익이다. 정보 교류의 대상이 없게 되면 결국 자신과 스스로 대화하게도 되고, 신앙인들은 묵상과 기도를 하며 스스로를 돌본다. 원하지도 않는 외부의 정보에 늘 유린당하던 자기 자신을 한번쯤 정화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인생을 잘 ‘살아가고(living)’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연명하고(surviving)’ 있는 것인지. 행복하려고 사는 것인지 아니면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인지.

심지어 쉼이 주어져도 제대로 누리지를 못한다. 며칠 되지 않는 휴가 기간에는 슈퍼맨만이 할 수 있는 빽빽한 휴가 계획을 세우고, 관광과 음주에 시달리다 폐인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내면에 고정되어버린 분주함의 리듬을 벗어버리지 못한 탓일까? 분주함에 참된 놀이문화를 잃어버렸나? 가장 우아하여야 할 결혼식장은 마치 공장처럼 한 시간마다 한 커플씩 찍어내느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현대 사회의 분주함은 우리들의 로맨틱한 여유도 못마땅해 하나 보다.

성경에는 일주일 중 하루를 쉬는 안식일이라는 규례가 있다. 정규적으로 무조건 쉼을 가지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실 적에 7일 중 하루는 일에서부터 떠나 쉬었다는 것이 그 기원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지켜라. 너희는 엿새 동안 모든 일을 힘써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희 하나님의 안식일이니,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나,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20:8-10)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시행되던 지난 1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엔 영업시간 단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뉴시스

무언가 구별하여 성스럽게 여기는 것은 주로 특정 장소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종교적 전통은 어느 곳을 ‘성소’나 ‘성지’로 부르며 기념한다. 그런데 안식일은 장소가 아닌 ‘시간’을 거룩하게 여기는 주목할 만한 개념이다. 사람은 물리적 장소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삶의 향상을 위해 살아가는 ‘장소’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반이다. 반면 안식일 규례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라고 가르친다.

시간은 흘러가는 특성이 있다. 때는 한번 가면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서울의 홍대 거리는 20대 때 즐겨야 제 맛이다. 좀 참았다가 돈 많이 벌어 50대에 가보았자, 그곳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20대 때만 가질 수 있는 객기와 흥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다섯 살 난 아들이 레고를 가지고 놀자고 하면 주저 말고 놀아주라. 시간이 흘러 아들이 열 세 살만 되어도, 친구랑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놀지 아빠와는 놀지 않는다.

천진한 다섯 살 아들과 레고 놀이를 하며 행복해 할 수 있는 기간은, 인류 역사에 딱 1년뿐이다. 아이의 다섯 살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도 마음을 울리는 음악들은 대부분 내가 10대 때 즐겨 감상했던 곡들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감수성이 흘러 넘치던 그 시절 더 많은 음악을 들어둘 걸 그랬다. 지금은 어떤 곡이 내 마음을 울리려면, 값비싼 오디오가 가슴을 뚫고 들어와야만 한다. 거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만으로도 마음 뭉클해질 시기는 그 때뿐이었다.

시간은 기다리지 않기에, 절대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쉬어야 할 것을 모아두었다가 다음에 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안식일은 이러한 시간의 특성 때문에 강제적으로 일주일 중 하루를 쉬도록 요구한다. 안식일은 사람이 시간을 엄수하여 규칙적으로 쉬어야 할 것을 가르친다. 사람이 잠을 규칙적으로 자야 하는 것과 같다. 필요에 따라 나흘씩 안자고 일하다가, 나중에 몰아서 24시간씩 자는 법은 없다. 아무리 분주해도, 미루지 말고 쉼의 ‘여유’를 가져야만 한다.

쉼과 여유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들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와 재산을 주셔서 누리게 하시며, 정해진 몫을 받게 하시며, 수고함으로써 즐거워하게 하신 것이니, 이 모두가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다.”(5:19) 누구에게든지 하루를 즐길 수 있을 만한 몫은 하나님이 다 주셨다고 한다. 여가를 즐기는 것이 꼭 겨울에는 스위스로 스키를 타러 가고 여름에는 지중해 연안으로 피서를 가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집 앞 공터에만 가도, 어린 아들과 함께 공놀이를 하겠다는 시간만 지킨다면 아빠는 아들과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즐길 수 있는 안식은 절대 미루지 말라. 전도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불행한 때와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사람은, 그런 때가 언제 자기에게 닥칠지 알지 못한다. 물고기가 잔인한 그물에 걸리고, 새가 덫에 걸리는 것처럼, 사람들도 갑자기 덮치는 악한 때를 피하지 못한다.”(9:11-12) 미안한 말이지만, 인간의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일도 당신 곁에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바쁘다고 미루지 말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가족과 지금 곧 즐거운 시간을 가지라.

“나는 생을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에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일하면서, 하나님께 허락 받은 한평생을 사는 동안에, 언제나 기쁨이 사람과 함께 있을 것이다.”(전도서 8:15)

기민석 침례신학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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