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약사 알보젠이 미국 네바다주 교정국을 상대로 자사의 제품을 약물주입에 의한 사형에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사형 집행 9시간을 남겨놓고 형 집행이 정지된 사형수 스콧 레이먼드 도지어. AP=연합뉴스

미국 네바다주에서 사형 집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돌연 집행이 취소됐다. 사형수의 몸에 주입될 예정이던 약품 사용을 법원에서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예정대로의 형 집행을 원했던 살인범 사형수는 최소 2개월을 더 기다리게 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네바다주 클락카운티 지방법원 엘리자베스 곤잘레즈 판사가 사형수 스콧 도지어(47)에 대한 사형 집행 9시간 전, 그가 수감된 라스베이거스 엘리 교도소에 사형집행 일시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집행 중단 이유는 사형수의 생명을 빼앗는데 사용되는 약물 제조사의 소송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약회사 알보젠은 지난 4월 네바다주가 자사 약품을 불법 구매해 사형 집행에 이용한다며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를 판사가 인용한 것이다. 곤잘레즈 판사는 이는 충분히 법적으로 다툴 소지가 있다며 다가오는 9월 해당 사건의 심리를 결정했다.

이번 사형에는 미다졸람, 펜타닐과 시스아트라쿠륨베실산염 등 마약 성분의 약물 3개가 혼합돼 쓰일 예정이었다. 이는 과거까지 미국의 사형 집행에 잘 쓰이지 않았던 약물로 특히 펜타닐은 미국 사형에서 최초로 쓰일 예정이었다. 알보젠은 이 3가지 약물이 함께 사용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부작용을 이유로 사형 집행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4년 오클라호마주에서는 해당 약물이 투입된 사형수가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발로 차는 증상을 보였으며 같은 해 애리조나주에서는 사형수가 무려 2시간 동안 죽지 않는 일도 생겼다. 약물이 체내에 주입되면 사형수의 호흡기 근육을 마비시켜 질식사를 유발하게 되는데, 사람마다 반응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약물이 사형집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 회사는 또 “이런 부작용 때문에 사형집행 용도로 판매하지 않는 게 방침인데도, 네바다주가 용처를 숨긴 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알보젠과 같은 제약사들의 소송으로 최근 미국에선 사형집행에서 약물주입 방식이 사라지는 추세다. 이미지 실추를 원치 않는 제약회사들이 약물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오클라마주는 올해부터 질소가스 방식으로, 유타주는 총살형, 테네시주는 전기의자 방식으로 사형 방식을 변경했다.

한편 사형수 스콧 도지어는 2002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모텔에서 벌어진 살인 및 시체 훼손 혐의로 2007년 사형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옥에서의 삶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며 “부작용이 있더라도 약물주사에 의한 형 집행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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