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김겸 지음
문학동네ㆍ264쪽ㆍ1만 6,500원

40여 년 동안 자동차 배기가스와 자외선에 시달린 건 약과였다. 얼굴은 다섯 번의 페인트 덧칠로 숨 쉴 틈이 없었다. 시간의 공격에 페인트 접착 성분이 분해돼 피부는 사막처럼 변하려 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을 지키고 있는 이순신 동상의 2008년 모습이었다. 복원 전문가인 저자가 이순신 동상 표면 복원 작업을 하며 관찰한 결과다. 청동 동상을 특수 코팅 처리하는 서양과 달리 페인트 도색으로 작품을 관리한 탓이다.

복원가 작업의 기록으로 우리를 되돌아본다. 2015년 서울 마포구 이한열 기념관. 밑창이 부스러져 가루가 되다시피 한 이 열사 운동화 복원 의뢰를 받고 그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 할 말이 남았다는 듯 운동화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기 때문.

죽어가는 기억에 산소호흡기를 달아 되살리는 일이 복원이다. 특수한 재생 기술 넘어 기억과 새로운 시간을 잇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부터 로댕, 백남준, 그리고 문익환 목사의 피아노까지.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그의 복원기는 역사와 맞닿아 울림을 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