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 실내 지도를 형성하기 위해 천장을 카메라로 촬영해 좌표로 인식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들은 로봇 청소기의 이동방식.

30대 회사원 강모씨는 올해 초 결혼을 하면서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파워봇’을 구매했다. 맞벌이 부부라 청소 부담을 덜 목적이었다.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눈에 보이는 바닥 먼지만이라도 제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로봇청소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만 하다. 입구가 다른 방 3곳을 눈이 달린 듯 훑고 다녔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거실 구석에 있는 충전장소(도킹 스테이션)로 되돌아가 저절로 충전했다. 배터리가 완충되면 다시 집 안을 쓸고 다녔다. 강씨는 “첨단과학 기술이 다 들어간 것 같다”며 “덕분에 직접 청소를 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로봇청소기의 과학, ‘슬램’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기술은 주변 지형지물을 회피하면서 목표지점까지 정확히 도달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로봇공학에선 이를 ‘슬램’(Slam)이라고 말한다. 임의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주변을 탐색, 현재 공간의 지도 및 위치를 추정하는 기술이다. 1970년대 순항 미사일을 위한 군사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조그만 로봇청소기에는 하늘을 활공하는 첨단 순항 미사일의 작동 기술이 담겨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로봇청소기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가 천장이나 벽면을 찍은 이후 밝고 어두움, 또는 무늬가 있는 등의 특징을 구별해낸다. 밋밋해 보이는 실내 벽면을 각각의 특징을 갖춘 수많은 구획으로 구분, 좌표 구간을 설정해 지도를 만든다(mapping). 로봇청소기는 거실과 방을 여러 차례 돌아다니면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동안 지도가 점점 정교해진다. 이후 로봇청소기는 구체적인 좌표를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유추해낸다. 방과 거실, 부엌을 자유롭게 오가는 로봇청소기를 보고 있으면, 눈이 달린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숨어있다. 그래서 로봇청소기를 실외공간에서 작동하면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좌표를 형성할 천장이나 벽이 없어서다.

로봇청소기의 길 찾기엔 한 가지 더 중요한 과학 원리가 첨부되는데 바로 ‘자이로스코프’(gyroscope)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자이로스코프는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요한 보넨베르거가 1817년에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이로스코프는 위아래가 완전히 대칭인 팽이를 고리를 이용해 팽이 축에 직각인 방향으로 만들고 다시 그것을 제2의 고리를 써서 앞의 것과 직각 방향으로 만든 후에, 다시 제3의 고리에 의해 앞의 둘에 직각 되는 방향으로 지탱해 팽이의 회전이 어떠한 방향으로도 일어날 수 있도록 한 장치이다.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하면 물체가 이동하거나 회전했을 때 그 사이 각도를 측정할 수 있다. 휴대폰에서 위성위치확인장치(GPS)로 자신이 지도에서 어느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이유도 자이로스코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로봇청소기도 이 장치를 통해 실내에서 길을 찾아가려면 자신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장애물 회피는 ‘적외선’ 감지

로봇청소기의 관점에서 집 안은 식탁과 의자 다리, 화분, 어질러진 장난감 등 장애물투성이다. 과거엔 앞쪽 범퍼가 장애물에 부딪히면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럴 경우 지나가지 않는 구간이 많아져 깨끗한 청소가 어렵다. 이 때문에 요즘엔 적외선을 통해 장애물을 탐지한다. 과학계에서 적외선을 이용하는 방식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광량, 시간, 삼각측정이다. 광량은 돌아오는 적외선량을 측정하는 것으로 장애물이 적외선 센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반사돼 돌아오는 적외선 양은 감소한다. 이를 측정해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적외선이 장애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도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삼각측정은 적외선을 전방에 수평으로 쏜 후, 장애물에 맞고 반사되는 적외선이 로봇청소기의 거울 센서에 맺히는 거리로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량이나 시간 방식엔 사각이 생기지만 삼각측정 방식은 그렇지 않아 장애물을 훨씬 잘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가 떨어진 로봇청소기가 도킹 스테이션으로 되돌아오는 데에도 적외선이 활용된다. 도킹 스테이션은 로봇청소기를 불러들이기 위한 적외선을 쏜다. 로봇청소기의 감지센서는 보통 900~1,000 나노미터(㎚) 파장의 적외선에 반응한다. 감지센서는 가시광선에선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다가, 특정 파장을 지닌 적외선을 인식하면 신호를 출력하기 시작한다. 평상시엔 ‘0’이라는 신호를, 적외선을 만나면 ‘1’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도킹스테이션은 이후 3개 정도의 다른 패턴을 지닌 적외선을 쏘는데, 로봇청소기는 이를 길잡이로 도킹스테이션 위치를 찾아가게 된다. 도킹스테이션의 적외선이 왼쪽에서 감지되면, 왼쪽으로 방향을 회전하는 식이다.

먼지 흡입은 ‘기압 차’ 이용

진공청소기의 원리는 내부에 있는 팬을 강하게 회전, 들어오는 공기를 밖으로 뿜어내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기계 안의 압력이 줄어들면 흡입력이 생기는데, 대기의 무게 때문에 생기는 바깥쪽의 공기 압력은 기계 안의 압력보다 높게 되고 이로 인해 먼지가 공기와 함께 대기압이 낮은 기계 안쪽으로 빨려들게 된다.

로봇청소기엔 여기에 한 가지 과학기술이 더 적용되는 데 바로 ‘원심분리’다. 혼합물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면 구성하는 물질의 질량에 따라 받는 원심력이 달라지는데, 그 구성물질의 질량이 클수록 가해지는 원심력도 커져 바깥쪽으로 침전된다. 로봇청소기 안으로 들어오는 먼지엔 머리카락부터 미세먼지까지 다양하다. 로봇청소기는 깨끗한 공기는 밖으로 뿜어내고 먼지만 포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공청소기 내부에 원심분리기가 달려 있다. 먼지가 들어오면 내부에서 강하게 회전시켜서 무거운 먼지는 바깥의 저장장치로 보내고, 안쪽으로 모여드는 가볍고 깨끗한 공기는 밖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방식은 원래 공장에서 배기가스를 내보내기 위해 처음 착안했다가 로봇청소기에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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