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한 달, 진전 없는 비핵화협상
美는 경제지원, 北은 안전보장 거론만
상대 입장ㆍ상황 오판, 판 깨지 말아야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났다. 당초 기대와 달리 북미 후속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비핵화 관련 핵심 의제에서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가와 언론계에서는 북미 협상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북미의 12일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이 북한측 불참으로 무산되고 15일 장성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나 이벤트에 그칠지, 베트남처럼 북미 관계 개선의 밑밥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연내 종전선언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현재로선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국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치켜세우기와 당근책 제시는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우리가 한 악수를 존중하리라 확신한다” “중국이 (북미) 협상에 부정적 압력을 가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해 송환은) 미국과 북한 간 신뢰와 확신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이) 기회를 잡으면 ‘베트남의 기적’은 당신(김정은)의 기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에 ‘통미봉중(通美封中)’까지는 아니어도 중국에 의지해 상황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과 비핵화 시 경제 지원을 확실히 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베트남을 이상적 모델로 상정한 듯하다. 베트남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중국과 대립ㆍ갈등 관계다. 또 1993년 베트남 정부의 미군 유해 발굴ㆍ송환을 계기로 94년 경제제재 해제, 95년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다. 이후 베트남은 올해 6.8% 성장 예상이 말해주듯 경제발전을 이뤘다. 싱가포르 공동선언문에 미군 유해 송환을 포함시키고, 미국 기업의 대북 투자를 통한 경제 지원을 언급하는 등 미국은 베트남식 관계 개선 및 발전 모델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베트남 성장의 핵심 열쇠는 미국과의 새로운 관여(대화와 교류)였고, 그것은 베트남의 미군 유해 송환에서 시작됐다”는 말로 북한을 은근히 압박했다.

그러나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을 대북 협상의 우선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미국 태도는 북한 입장을 오독한 것처럼 비친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조건과 구실을 대며 종전선언을 미루려 했다”고 비난했다. 북미 협상의 최우선 관건은 체제안전 보장이며 종전선언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비핵화 조치를 이어갈 수 있다는 태도다.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은 당연히 뒤따르는 조치라는 인식이다. 중국이 민생 분야 지원을 약속한 터라 급할 것도 없다. 미국의 경제 지원 언급의 약발이 먹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으로선 체제안전 보장 방식을 더 세밀히 다듬어 북한과 협상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은 중국의 후광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을 고리로 당분간 북미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북미 협상 과정에 북한이 특유의 시간 끌기에 나서고,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평양에 불러놓고도 중국 접경 지역 현장시찰을 하는 등 고의적인 무시 전략을 구사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중국의 지원은 항구적일 수 없다. 수출입 규모 면에서 미국보다 열세인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다 북한 문제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배후’ 거론은 단순 으름장이 아닐 수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 승리가 목표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도 불구, 캐나다 멕시코 중국 유럽연합(EU) 등과 동시다발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행간을 북한은 짚어봐야 한다. 중간선거 전에 무역전쟁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 북미 협상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고 진전된 조치를 내놓지 않은 채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협상 주도권과 몸값 올리기에 집착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그것은 경제발전 총력 노선을 선택한 김 위원장에게도 치명적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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