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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주한 美대사의 콧수염

입력
2018.07.12 17:00
수정
2018.07.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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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7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도착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주한 미대사는 2017년 1월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18개월째 공석이었다.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7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도착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주한 미대사는 2017년 1월 트럼프 정부 출범 이래 18개월째 공석이었다. 연합뉴스.

수염은 일반적으로 남자의 2차 성징 중 하나로 얼굴과 턱 등에 나는 털을 의미한다. 우리말 같지만 턱수염 수(鬚)와 구레나룻수염 염(髥)이 합쳐진 한자다. 피부 전체가 털로 뒤덮인 동물에게 수염은 주변을 탐지하는 안테나 같은 역할을 하지만, 사람의 수염은 퇴화하지 않은 털이 일부 남아 있는 것이어서 기능은 없고 관리만 어렵다. 조금만 소홀히 하면 미관상 지저분한 것은 물론 자칫 세균감염 위험마저 있다. 동서고금의 유명 인물들이 수염으로 자신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고 멋진 수염을 로망으로 꼽는 남자들도 많으니 놀랍다.

▦ 우리가 사극 등에서 흔히 접하는 것은 ‘관우수염’이라고 불리는 풍성하고 긴 수염이지만, 서양에서는 구레나룻과 턱수염이 짙게 어우러진 ‘링컨수염’이 더 일반적이다. 더 유명한 수염으로는 독일제국 황제 빌헴름 2세 스타일인 ‘카이저’가 있다. 팔(八)자 모양의 끝이 위로 꼬여 올라간 멋드러진 콧수염이다. 아돌프 히틀러도 처음에 이 스타일을 선호하다 나이 들어 인중 부분에만 칫솔처럼 집중적으로 돋은 ‘투스브러시 콧수염’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고 한다. 동시대의 스탈린은 히틀러를 의식, 말년에 카이저 수염으로 바꿨다고 한다.

▦ 시오노 나나미는 “여성의 눈썹과 남성의 수염은 손질할 때 정신통일이 되지 않으면 반드시 비뚤어진다”고 말했다. 메시지를 주려면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 요즘 콧수염은 투스브러시가 대세다. 콧수염을 뜻하는 한자는 자(髭)다. 상스럽거나 천박하게 보이니 동양에선 수염으로 쳐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요즘도 히틀러나 일본인을 코스프레하는 개그 프로나 만화ㆍ캐리커처를 제외하고는 주변에서 콧수염을 보기는 쉽지 않다.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을 잊지 못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콧수염이 금기라는 얘기도 있다.

▦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18개월의 공백을 깨고 지난 7일 부임한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콧수염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얼마 전까지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지낸 그는 입국회견 때 전에 없던 콧수염이 화제가 되자 “군인에서 외교관이 되면서 콧수염을 기르면 신선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가볍게 대답했다. 지난 2월 호주 대사로 지명됐다가 폼페이오 국무장관 요청으로 임지를 한국으로 급선회한 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동맹의 정서에 어색한 콧수염을 달고 온 대사의 뜻과 행보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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