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한국어 인기 ‘고공행진’

<46> 한국어 인기 ‘고공행진’
# 지난 7일 한국어 말하기 대회
중ㆍ고등학생도 참가 기회 얻어
# 2016년 제2외국어 시범교육 착수
한국어 교사 파견 요청 빗발치기도
# 고연봉 보장되는 한국 관련 직업
한국 전공 개설 대학 23곳 달해
지난 7일 베트남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한 중학생 참가자가 발표 중간에 말문이 막히자 강당 측면 벽에 걸린 자막을 쳐다보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지난 7일 베트남 호찌민시에서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하나’가 열렸다. 20여년 전부터 한국(어)학과가 생기기 시작한 베트남에는 현재 한국(어)학과를 개설해 놓고 있는 대학이 23개에 이른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이들 대학이 1만명이 넘는 재학생들의 한국어 학습 의욕 고취를 위해 개최하는 다양한 행사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좀 달랐다. 어린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참가했기 때문이다.

‘첫’ 중등부 말하기 대회

이날 오전 중등부문 세 번째 참가자로 나선 빈토중 팜 민 뚜언(13)군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단신의 뚜언군이 단상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회가 제대로 진행될까, 싶은 생각이 들 즈음 사회자가 나서서 마이크 위치를 내려 잡으면서 대회는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이런 ‘불상사’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음부턴 발판도 따로 하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참가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 정부(교육부ㆍ호찌민시 한국교육원)가 주최한 베트남 내 한국어 말하기 대회로도 처음이다.

이날 참가자들의 수준은 심사위원들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 넘었다.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중섭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일본과 중국 중고생의 한국어 실력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며 “한국어 교사들의 교수법과 함께 학생들의 열의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은 2016년 시작됐다.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는 문제와 관련, 베트남 정부가 2016년부터 시범교육을 실시한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대회 중등부문에 참가한 10명의 학생들 상당수가 이어 열린 대학생 부문과 견주어도 될 정도의 실력을 뽐냈다.

지난 7일 베트남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빈토중 팜 민 뚜언 학생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중ㆍ고교로

이번 대회는 중,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행사이기도 했다. 김태형 한국교육원장은 “2016년만 해도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실을 여는 곳은 2개 학교에 불과했다”며 “지난해 12개 학교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새 학기가 8월 말 시작하는 만큼 올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 규모는 내달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어 보급과 함께 중고등학교 한국어 시범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교육원은 빗발치던 한국어 교사 파견 요청 탓에 지난해 1년치 예산을 상반기에 소진, 추가 예산을 긴급 요청해야 했다. 한국어 교육 시범 학교로 지정된 호찌민시 투득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허선 교사(교육부 파견)는 “1학년 때 제2외국어로 선택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2학년에는 한국어로 갈아탈 정도로 한국어는 인기”라며 “어린 학생들 사이서 높아지고 있는 한국어 인기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학생의 한국어 입문 계기는 K팝, 드라마 등 한류 문화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일선 교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어린 학생들 사이서 한국어 학습 붐은 현지 한국어 교육 전문가들도 놀라워할 정도다. 김 원장은 “대학 중심의 한국어 공부 열기는 취업, 즉 생계 문제와 떼놓고 보기가 어려웠다”며 “어린 청소년들 사이의 한국어 공부 붐은 한국에 대한 더 깊은 호기심과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을 줄 모르는 한국어 인기

청소년뿐만 아니라 베트남 사회 전반의 한국어 공부 분위기도 뜨겁다.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시험 베트남 응시자 수는 1만8,486명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6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교육부는 응시자가 올해 2만1,000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험 주관 기관들은 현재 추가 시험장을 물색하고 있다.

인기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한국어 구사가 가능할 경우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한국관련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 초 한국어학과 졸업생 3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에서도 한국(어)학과 졸업 1~5년차 직장인들의 평균 급여는 1,400만동(약 65만8,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가 지난해 2분기 실시한 대졸 평균 월급(749만동ㆍ약 35만2,000원)의 2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학과 등이 포함된 대학의 동양학부 입학 성적도 급상승했다. 평소 합격선 상위 30위권 수준에 있던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의 동양학부가 작년에 12위로 뛰기도 했다.

호찌민시 경제대학 1학년에 재학중인 응우옌 꾸엔 뉴(19)씨는 “드라마, K팝이 좋아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수 많은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뒤부터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게 더욱 동기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판물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가 베트남에 소개된다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대회에는 정식 참가자로 나서지 못했지만, 그는 ‘번외’ 참가자로 나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과시해 심사 위원들은 물론 대상 수상자까지 놀라게 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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