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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위비 내라” 나토 재차 압박… 한국 협상에도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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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위비 내라” 나토 재차 압박… 한국 협상에도 영향 미칠까

입력
2018.07.11 16:13
수정
2018.07.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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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끝)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왼쪽 끝) 나토 사무총장이 11일 아침식사 겸 회담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끝)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왼쪽 끝) 나토 사무총장이 11일 아침식사 겸 회담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11일부터 시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타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을 재차 압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분쟁까지 겪는 상황이라 나토 정상회담이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미간 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브뤼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많은 나라들이 2% 지출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수년간의 미지급비용은 연체 상태에 있다. 그들이 미국에 변제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2% 지출’이란 나토 29개 회원국에 설정된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의미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국방비를 올리자는 뜻인데, 현재는 미국ㆍ영국ㆍ그리스ㆍ에스토니아ㆍ루마니아ㆍ폴란드가 2%를 초과해 지출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1.8%, 독일은 1.2%, 이탈리아는 1.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유럽 동맹들이 미국에 방위비 빚을 지고 있다는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실제로 ‘2% 지출’은 자국 내 국방비 지출일 뿐 나토에 직접 비용을 대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갚아야 하는 채무도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EU와의 무역분쟁까지 연결 지어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EU가 우리 농부와 노동자, 기업이 유럽에서 사업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그들을 나토를 통해 지켜주길 원한다. 말이 안 된다”라고 적었다.

도날트 투스크(왼쪽부터)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나토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도날트 투스크(왼쪽부터)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나토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11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만남에서 국방비 인상이 지지부진한 독일을 향해서 “러시아와 가스관 협상을 하고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 독일은 사실상 러시아의 인질에 가깝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우리는 당연히 러시아와 관계가 있다. 동맹이든 적이든 대화의 길을 열어 놓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맞받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가스관 사업은 국가의 결정이지 군사동맹이 논의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힌 뒤 “트럼프 대통령이 말은 거칠게 하지만 짐을 나눠 져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고 있다”라며 논쟁을 진화하려 애썼다.

전날부터 유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강한 반발이 잇따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뤼셀에 도착하기 전인 10일 나토와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트럼프가 매일 유럽을 공격하고 있는데 좋지 않다. 미국은 동맹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EU보다 좋은 동맹이 없고 그런 동맹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유럽은 안보에 러시아보다 더 많이 투자하고 중국만큼 투자한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나 중국이 미국의 세계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군비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럽은 여전히 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신경전이 오가는 가운데 유럽 언론들은 이틀간의 나토 정상회담 기간이 험난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냉전 이래 소비에트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서구 안보를 보장해 온 미국과 유럽의 ‘범 대서양 동맹’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견중’ 노선과 함께 서서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브뤼셀 방문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거쳐 핀란드 헬싱키로 향해 16일 나토의 ‘최대 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에 대한 강경 태세는 역외 군비 투자 축소로도 해석되기 때문에,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 중인 한국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나토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 압박이 한미 협상에 미칠 영향을 단정짓긴 어렵다”며 “우선 우리 협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내년부터 적용될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측은 기존 우리 정부가 분담했던 주한미군 주둔 비용 외에 전략자산 비용까지 추가 지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여전히 양국 간 견해차가 크다”며 “미국은 한국이 미군의 주요 군사장비를 직ㆍ간접 지원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추산한) 항목에 대한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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