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침체된 K리그 해법은
올 시즌 1부 평균 관중 5590명
태국 수준에 베트남보다도 적어
대표이사∙단장 임기 2~3년 불과
도시민구단은 당장 순위에 집착
장기 비전 못 세우고 흥행부진 늪
수비 지향 경기도 팬들 외면 자초
“경기서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즐거운 게임 만들어야 팬 몰려”
2012년 국가대표 경기 중 서포터 붉은악마가 K리그를 사랑하자는 현수막을 펼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월드컵이 끝날 때마다 “이제는 K리그”라는 구호가 반복되지만 정작 K리그는 살아나기는커녕 더욱 위축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1부) 평균 관중은 5,590명, K리그2(2부)는 1,570명이다. 일본(1만7,634명), 중국(2만3,771명)과 비교하기 힘들 뿐 아니라 베트남(8,708명)에도 뒤지고 태국(4,57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많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하면서 ‘선수들이 중국화 됐다’(수준 떨어지는 중국으로 가서 선수 기량도 하락했다는 의미)는 말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평균 관중을 보면 그런 논란이 불거진 게 민망할 정도다.

K리그는 왜 이처럼 만성적인 흥행 부진에 빠졌을까.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에만 관심 갖지 말고 K리그도 봐달라는 호소는 이제 별로 설득력이 없다. 좋은 상품(K리그)을 만들면 팬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경기장을 찾는다. K리그가 팬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축구단 경영자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 K리그 구단의 대표이사나 단장 임기는 2~3년에 그쳐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어렵다. 대다수 구단은 여전히 관중보다 성적에 관심을 둔다. 특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경영자가 널뛰듯 바뀌는 도시민구단은 더하다. 지자체에서 한 푼이라도 더 재정 지원을 받겠다는 명분으로 우승권도 아닌데 알량한 순위에만 집착한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리더십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도시민구단은 지자체가 칼자루(인사)와 곳간 키(재정 지원)를 다 쥐고 있다. 경영자도 짧은 임기 내에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돼 관중보다 성적, 결과에만 집착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지방의 그저 그런 구단 중 하나였던 전북 현대는 10년 이상 꾸준한 지역 밀착 활동을 펼쳐 최고 인기구단인 FC서울(1만3,854명)에 버금가는 홈 평균 관중(1만1,832명)을 자랑한다. 과감한 투자로 이동국(39) 등 스타를 영입한 효과도 봤지만 전임 이철근 단장이 15년(사무국장 시절 포함) 이상 꾸준히 한 우물을 공략한 결과물이다. 이 전 단장의 공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전주를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도시’로 성장시킨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프로 지도자들까지 무조건 패배는 피하고, 승점 1(무승부)이라도 건지겠다는 수비 지향적인 플레이로 경기 질을 떨어뜨리며 팬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은퇴 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앰버서더로 구단 행정에 잠깐 몸담은 적이 있다. 한 번은 밴쿠버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홈경기를 치렀는데 치열한 승부 끝에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이 위원은 땅을 치고 있는데 구단 회장이 너무 즐거워하는 게 의아해 이유를 물었다. 회장은 “추가시간 골 내줄 때 아쉬워하는 팬들의 표정을 봤느냐. 이렇게 즐거운 게임을 보고 간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며 흡족해했다고 한다. 이 위원은 “스포츠가 사람들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슬픈 감정을 자극하고 환호할 수 있게 만든다면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는 관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 때 축구의 불모지였던 미국 프로축구는 지금 MLS 평균 관중이 2만 명 넘는다. 잉글랜드와 독일, 스페인, 멕시코, 중국에 이어 세계 6위권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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