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4번째 열린 재판에서 증인을 대거 내세우면서 본격 반격에 나섰다. “캠프 내 분위기가 고압적이었다”는 기존 증언과 일부 사실관계가 엇갈리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제4차 공판기일에는 김지은(33)씨 후임 수행비서였던 어모씨, 전 미디어센터장 장모씨, 전 비서실장 신모씨, 전 운전비서 정모씨가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공판에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어씨는 “경선캠프나 충남도청이 권위적인 분위기였는가”라는 안 전 지사측 변호인단의 신문에 “제가 경선캠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한 사람인데 권위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어씨는 이어 안 전지사가 평소 직원들을 어떻게 대했냐는 신문에서 “평소에도 늘 ‘역할’만 봐야 한다고,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지시할 때 역시 늘 부탁조로 말했으며 고압적이거나 명령적인 태도는 전혀 없었다”고 안 전 지사의 평소 행실에 대해 증언했다.

특히 김씨가 평소 안 전 지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업무상에서는 늘 깍듯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다만 운전비서나 저보다는 격의 없이 대한 점은 있다”며 “올해 1,2월쯤 충남 홍성의 한 고깃집에서 다같이 저녁식사 하던 자리에서 피고인(안 전 지사)이 피해자(김씨)를 뭔가 놀리는 듯한 말을 하자 피해자가 ‘아, 지사님 아니에요’ ‘지사님이 뭘 알아요’ 하고 대거리를 해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는 안 전 지사와 김씨가 평소에 수직적인 사이가 아닌 친밀한 사이였다는 안 전 지사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어씨는 김씨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수행비서로 발탁된 경위와 관련해서도 “전임자들이 도청 공무원들에게 갑질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고있다”며 “김씨 발탁은 역시 여성 수행비서를 뒀던 문재인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아침 일찍 나와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간식코너를 스스로 정리하는 등 헌신적으로 일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답답할 정도로 일의 노예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씨는 김씨의 성폭력 고발 이후 인터넷에 김씨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단 사실에는 “댓글을 단 건 맞지만 업무폰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내가 증거 인멸한 것처럼 오해가 생겨서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씨와 안 전 지사가 주고받은 문자나 통화내역 등이 들어있는 업무폰의 기록이 모두 삭제된 정황과 관련해서도 기존에 김씨가 “후임에게 휴대폰을 넘겨주며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기록은 전혀 지우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피해자가 자신도 전임에게 업무폰 넘겨받을 때 다 삭제된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진술해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안 전 지사 측은 이날 어씨 증인신문이 끝난 뒤 휴정 시간을 이용해 지난 9일 제3회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던 안 전 지사 경선캠프 자원봉사자 출신 구모 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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