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분단 70년 만의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 같았던 북미 관계가 삐걱거리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선비핵화 조치를 앞세우는 미국과 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 체제 안전보장 조치를 먼저 요구하는 북한 측의 입장 사이에 쉽게 좁히기 힘든 간극이 감지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이 ‘비핵화 시간표 진전’ ‘최종 비핵화 시까지 제재 유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상응 조치’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단계적 동시행동원칙’을 내세운 북한의 의도는 분명한 것 같다. 미군 유해 송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제 안전보장과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이다. 대북 제재가 장기화될수록 그는 또다시 곤경에 처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금 북한 정권과 주민들에게 북미 관계 개선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조치는 딱 두 가지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제재 완화이다.

그런데 첫 북미 고위급회담 이후 나온 지난 7월 7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담화를 보면 북미 관계가 한 발짝 더 나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측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 측의 태도를 보면 “확고부동했던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미국 측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의회 및 여론과의 전쟁을 벌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보다 국내 여론과의 싸움이 더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6,7일 평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론 보도 신경 쓰면 미쳐 버릴 듯하다”는 압박감을 토로했을까. 지난달 말부터는 북한이 핵시설을 은폐하고,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가 미국 현지 언론들을 통해 잇따라 유출되면서 의회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 대북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매우 구태의연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미국 정보당국은 특정 이익과 입장,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고의로 정보를 언론에 흘려 북미 관계를 흔들어왔다.

이런 상황은 북한에는 과거 수차례 반복되었던 미국과의 합의 파기 ‘악몽의 재현’과도 같다. 이전부터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제재 완화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미국 행정부는 이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가 없었다. 이는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도 똑같다. 이전 정부와 다른 접근을 특별히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단계적 보상 조치도 취할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북한 측이 보다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 주고, 이를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을 미국 내 의회와 언론이 인정해 줘야 비로소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매우 역설적이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 카드는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비핵화를 매우 지체시키는 역기능도 한다. 과거 미 행정부들은 의회의 반대를 명분으로 제재를 매우 부분적, 단계적으로 완화시켜왔고, 북한 내 강경파들은 이를 빌미로 항구적인 핵무장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뤄져 왔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기를 일관되게 강조해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과거의 관성과 구태의연한 접근에서 얼마나 과감하게 벗어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적인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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