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작년보다 26% 올라
37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
작년 가뭄 탓 생산량 줄었는데
정부, 수급 안정 위해 72만톤 매입
“쌀 재고 부족 부추겼다” 지적
농식품부 내달 비축미 방출 계획
연중 3차례나 풀리는 건 이례적
수확기 햅쌀 가격 떨어질까 우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0% 올랐다. 이는 1981년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연합뉴스

쌀값이 3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며 전체 물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쌀 생산량 감소와 정부의 과도한 비축이 가격 폭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쌀값 진정을 위해 올 들어 세 번째 공공비축미 방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자칫 가을 추수기와 겹쳐 쌀값이 급락할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일 햅쌀(2017년 산) 산지가격(생산지 유통업체 출하가격)은 80㎏ 기준 17만5,784원으로, 평년 가격(15만6,888원)보다 12.0%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하는 쌀 소매가격(10일 기준)도 20㎏에 4만7,825원으로, 평년(4만2,049원) 대비 13.7% 상승했다. 1년 전(3만4,601원)과 비교하면 1만3,000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쌀값은 수확기(10월~12월)를 앞두고 상승했다가 시장에 물량이 유입되면 조정을 받고, 햅쌀 재고가 줄어드는 이듬해 7~9월 다시 상승하는 ‘U자’ 형태를 그리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수확기 이후에도 쌀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우상향’ 형태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로 보면 쌀값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6.4% 올랐다. 1981년 상반기(34.8%) 이후 3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쌀값 급등에 따라 전체 곡물 가격도 전년 대비 19.8% 오르며 1985년 이래 최대폭을 기록했다. 쌀값을 비롯한 농축산물 가격은 유가와 더불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에 기여한 양대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만 해도 과잉 생산으로 폭락했던 쌀값이 갑자기 치솟은 이유로는 쌀 생산량 감소가 먼저 꼽힌다. 지난해 햅쌀 생산량은 397만2,000톤으로, 2016년(419만7,000톤)보다 22만5,000톤 줄었다. 쌀 재배면적 감소 추세에 더해 지난해 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이 수확량을 떨어뜨렸다.

[저작권 한국일보] 쌀 산지가격 추이. 박구원기자/2018-07-11(한국일보)

그러나 쌀값 급등의 책임을 정부에 묻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쌀 수급 안정을 명목으로 시장에 풀려야 할 물량을 과도하게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수확기 쌀값을 올리려 매입한 햅쌀은 72만톤으로, 전년(69만톤)보다 3만톤 많았다. 작황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소분까지 감안하면 시중에 풀린 쌀이 25만톤 이상 줄어든 셈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61.8㎏ㆍ2017년 기준)을 감안하면 400만명이 1년치 먹을 양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쌀 시장은 재고 부족으로 극심한 유통 경색을 빚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 가공업체의 쌀 재고량은 지난달 말 현재 전년 대비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선 쌀값이 좋은데도 내다 팔 물량이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다음달까지 정부 비축미를 풀어 쌀값 추가 상승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7~9월은 시중 햅쌀 재고가 부족해지는 ‘보릿고개’ 기간이라 서둘러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계획이 실행되면 3월과 6월(총 18만톤)에 이어 올해 세 번째 비축미 방출이다. 정부 비축미가 연중 세 차례나 풀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쌀을 과도하게 방출했다가 자칫 올해산 햅쌀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추수를 앞둔 농가와, 판매 물량을 시급히 확보하려는 유통업체들의 입장이 다른 점도 정부의 딜레마를 키우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수확기 햅쌀 값이 하락하지 않도록 비축미를 3만~4만톤 정도만 방출할 것을 정부에 제시한 반면, 유통업체들은 최대 10만톤을 방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국내공물관측팀장은 “방출량이나 방출 시기에 따라 산지 쌀값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조사한 후 물량 규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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