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직전 계엄령 선포를 검토한 국군 기무사령부 문건을 두고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인지, 기무사 단독으로 작성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무사 개혁위원장이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앞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무사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하면 폭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시위 진압을 위해 전국에 군 병력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문건에 따르면 계엄 발령시 서울에만 탱크 200여대, 장갑차 550여대, 무장 병력 4,800여명, 특전사 1,400여명이 투입된다.

지난해 3월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일부. 서울에만 탱크 200여대, 장갑차 550여대, 병력 4,800여명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군인권센터 제공.

장영달 기무사 개혁위원회 위원장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기무사는 청와대의 군 최고 통수권자에게 군 정보와 보안 등 군을 효과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부대”라면서 “청와대가 (문건 작성을) 모를 수가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지시 주체에 대해서는 “대통령, 최하 안보 책임 집단”이라며 최소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김관진 안보실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군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고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받고 있는 기무사 개혁을 위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도로 지난 5월 기무사 개혁위를 꾸렸다. 전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 위원장과 최강욱 변호사 등 민간위원을 포함, 14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 달 넘게 기무사를 깊게 들여다본 위원회의 수장이 기무사 문건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한 것이다.

기무사 계엄 문건이 터져 나오면서 기무사 개혁위의 활동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애초 기무사를 유지하면서 기능을 합법적이고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고쳐보려고 했던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장 위원장은 “기무사를 해체하면 그 기능을 담당할 다른 기구가 생겨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면 폐단 없는 기무사를 만들 방법을 만들고 있는데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것들이 (무의미해져) 허탈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아예 기무사 이름을 없애고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에 대해 “그래서 수사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기무사가 심각한 월권을 했다면 완전히 없애고 국회와 상급기관 등이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새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개혁위는 19일 예정됐던 첫 개혁안 발표를 미루고 내용도 대폭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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