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실무협상 앞두고 의제 갈려

#1
美, 관계구축ㆍ안전보장ㆍ비핵화 등
싱가포르 성명 3가지 구체화 통해
‘비핵화 과정’ 진전시킨다는 생각
#2
北, 폼페이오 귀국 후 담화 통해
미사일시험장 폐쇄 등 의제 공개
“단계 섬세히 밟아나가겠다” 강조
강경화(오른쪽)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8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방안 도출을 위한 북미 간 본격 실무 협상을 앞두고 양측이 먼저 다루려는 의제가 서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미국이 6ㆍ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원칙만 합의된 세 가지 공동성명 조항을 구체화해 비핵화 과정을 진전시키려 하는 반면,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등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조치들을 더 섬세하게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미 간 약속 이행을 가속화하려는 미국을 북한이 붙잡는 형국이다.

정부 소식통은 10일 “향후 북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이 주도할 협상은 새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원칙들을 구체화하는 ‘디테일(세부) 협의’ 트랙과, (6ㆍ25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등 이미 한 단계 구체화한 약속들을 더 구체화하는 ‘디테일의 디테일 협의’ 트랙으로 나뉘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트 싱가포르 워킹그룹’ 의제에 두 가지 수준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관심 트랙이 달라 두 트랙 논의 모두 경색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일단 미국은 보폭이 크기를 바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차 방북 협상을 마친 뒤 8일 연 일본 도쿄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의 세 부분인 평화로운 관계 구축과 안전 보장, 비핵화는 각각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3개 항 구체화 작업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별 동시 조치’ 원칙 일부 수용을 감수하더라도 어떻게든 비핵화 이행을 진전시켜 보겠다는 게 폼페이오 장관의 의지다.

그러나 북한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다. 7일 폼페이오 장관이 떠나자마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교류 확대, 종전선언,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미군 유해 발굴 등 비핵화와 거리가 있는 사안들을 의제로 제기했다고 공개했다. 특히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와 유해 발굴 문제 논의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 합의는 북측이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양측의 속도감 차이는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11월 중간선거가 넉 달이나 남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성과를 조급해하는 건 워낙 커진 자국 조야의 회의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북한을 엇나가게 만들고, 김정은 정권의 소극성은 미 회의론자들에게 다시 ‘시간 끌기’로 인식된다.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편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1~14일 미 워싱턴을 방문해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등을 만난다. 웡 부차관보는 포스트 싱가포르 워킹그룹에 포함된 인사다. 향후 북미 협상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