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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꼼수 썼다가… 끝내 물러선 지상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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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꼼수 썼다가… 끝내 물러선 지상파들

입력
2018.07.11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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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정봉주 성추행 의혹 편파논란 끝 

 방송 7개월 만에 폐지 결정 

 MBC 주진우의 ‘스트레이트’도 

 지난달부터 결방… 뒷말 무성 

 대중적 팟캐스트 진행자 앞세워 

 활력 일으키려던 시사예능 실험 

 막말ㆍ균형성 등 곳곳서 후유증 

SBS 시사예능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7개월 만에 폐지된다. SBS 제공
SBS 시사예능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7개월 만에 폐지된다. SBS 제공

인터넷 라디오방송 팟캐스트로 유명해진 인사들을 진행자로 내세웠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중징계 여파로 폐지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적폐 청산’ 시류에 편승해 검증되지 않은 진행자를 출연시켜 시청자 확보에 나섰다가 방송의 공공성까지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 편파 논란에 휘말렸던 SBS 시사예능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블랙하우스’)는 방송 7개월 만인 다음달 초 폐지된다. ‘블랙하우스’는 지난 3월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면서 정 전 의원의 거짓 주장만을 옹호해 지탄받았다. 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씨는 정 전 의원과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함께 진행한 지인 사이라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블랙하우스’는 출연자인 방송인 강유미씨가 권성동 의원에게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 “몇 명 꽂으셨어요?”라고 돌발적인 질문을 던져 방송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방통심의위는 ‘블랙하우스’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관계자 징계’를 내렸다.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은 가운데 특정 정치인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진자료만을 방송해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일부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편집을 통해 희화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SBS의 한 관계자는 ‘블랙하우스’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 “김어준씨와의 계약이 25회로 끝나 시즌1을 마무리 하는 것”이라고 10일 밝혔으나 방통심의위 중징계와 무관치 않다는 게 방송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방통심의위 징계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에 영향을 줘 방송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SBS는 지난해 연말 KBS, MBC 등과 함께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허가 조건 이행을 전제로 유효기간 3년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가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방송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SBS는 러브FM ‘정봉주의 정치쇼’의 진행자인 정봉주 전 의원이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해 방통심의위로부터 지난 4월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기도 했다. SBS는 정 전 의원의 후임 진행자로 과거 막말 파문을 일으킨 ‘나꼼수’ 출신 김용민 시사평론가를 발탁해 안팎의 우려를 샀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진행하는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5주간 결방한다. MBC 화면캡처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진행하는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5주간 결방한다. MBC 화면캡처

‘나꼼수’ 출신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진행하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스트레이트’)는 방송 외적 요인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6ㆍ13 지방선거 운동 기간 중 주 기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를 위해 배우 김부선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통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스트레이트’가 지난달 17일부터 5주간 결방하는 것에 대해 ‘주 기자 논란’이 부담스러워서 결방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MBC 관계자는 “월드컵 (중계)일정 때문에 결방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며 “(월드컵 중계가 끝나면) 22일부터 정상 방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계에서는 통화 내용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 주 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는 무거운 시사 소재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 정치의 대중화를 불러올 수 있다. ‘나꼼수’는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내용을 과감하게 다뤄 젊은층의 지지를 받았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기 어려운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선 팟캐스트 진행자들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출범으로 방송 광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로그램 연성화가 가속화됐고, 팟캐스트 진행자들의 기성 방송 진출 폭도 넓어지게 됐다.

하지만 팟캐스트 진행 방식을 지상파 방송에서 적용하다 보니 기본적 방송 윤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는 매체 특성상 막말과 선정적 표현이 오가고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도 뚜렷이 드러난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지상파는 객관성, 균형성을 가져야 하는데 특정 진영에 편중된 방송인을 활용하니 문제가 생긴다”며 “시사예능프로그램 진행자 섭외 기준과 프로그램 내용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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