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다리 사이로 공 빼내는 기술
크로아티아전 앞둔 잉글랜드 팬들
당시 19세 선수 과감한 돌파 기억
알리는 “팀의 승리에만 집중할 것”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소치=AP 연합뉴스

축구에서 상대 두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는 넛메그(Nutmeg), 이른바 ‘알까기’는 고난도 기술이다. 찰나의 순간에 상대를 속인 뒤 공을 다시 자신의 소유로 차지해야 하기에 영리함과 순발력을 지닌 선수들이 주로 활용한다. 성공할 경우 상대가 치욕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33ㆍ레알 마드리드)도 ‘알까기’ 굴욕을 당한 적이 있다. 2015년 8월 프리시즌 경기에 나선 그는 19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에게 완벽하게 속아 가랑이 사이로 공을 내줬다. 경기에선 승리했지만, 모드리치는 그 순간을 잊지 않았다. 모드리치는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복도에서 그에게 ‘꼬마 녀석’이라고 부르며 짜증을 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모드리치를 상대로 과감하게 알까기를 시도했던 ‘꼬마 녀석’은 이번 대회 잉글랜드 핵심 선수 중 하나인 델레 알리(22ㆍ토트넘)다.

3년 전, 스타플레이어와 유망주로 만났던 두 사람이 러시아월드컵 준결승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모드리치의 크로아티아와 알리의 잉글랜드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크로아티아는 1998년 4강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대하고 있고, 잉글랜드는 1966년 이후 52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4강 무대에 다시 오르는 데만 해도 잉글랜드는 28년, 크로아티아는 20년이 걸렸다. 우승을 바라보는 양 팀에게 이번 경기의 승리가 간절한 이유다.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뤘던 모드리치에게도 이번 경기는 중요하다. 그는 8일 러시아와의 8강전 이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롱도르가 아니라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빅 클럽에서 축구 선수로서의 영광은 누릴 만큼 누렸지만, 그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선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간절함의 크기만큼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반 라키티치(30ㆍ바르셀로나)와 함께 크로아티아 중원을 이끄는 그는 8강전에선 투혼을 불사르는 플레이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모드리치가 이끄는 중원을 크로아티아의 핵심 무기로 꼽았다. 그는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이 필요할 땐 결정력도 보여줬다. 16강과 8강에서 잇따라 연장전을 펼치며 체력이 떨어져 있는 팀에 ‘주장’ 모드리치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잉글랜드의 델레 알리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사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8강전에서 교체된 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손을 맞잡고 있다. 소치=AP 연합뉴스

잉글랜드는 '꼬마 녀석'이었던 알리를 주목하고 있다. 알리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부임 이후 라힘 스털링(24ㆍ맨체스터 시티)과 더불어 잉글랜드 세대교체의 주인공으로 낙점돼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중원을 책임져왔다. 생애 처음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대회 초반엔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8일 치러진 스웨덴과의 8강전에서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영국 가디언, 데일리메일 등은 크로아티아와의 4강전을 앞두고 잇따라 19세의 알리의 모습을 추억하며 “잉글랜드 팬들은 알리가 다시 한번 모드리치를 제치고 공격 포인트를 올리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알리는 10일 “‘알까기’ 기술에 집착하지 않을 생각이다. 팀의 결승 진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며 팀의 승리를 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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