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데드라인 앞두고 전원회의
사용자위원 표결 후 전원 퇴장
“가장 어려운 업종 기준 결정해야”
최종수정안 놓고 표결하면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 8명
대부분 진보ㆍ중도 성향이 변수로
지난달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류장수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데드라인(14일)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7,530원(경영계)과 1만730원(노동계)이라는 극과 극의 최초 요구안에서 아직 노사 어느 쪽도 한치 물러섬 없이 버티고 있는 중이다. 10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차등 최저임금 도입’이 부결되면서 더욱 냉랭해진 모습이다. 더구나 노동계 한축인 민주노총은 ‘산입범위 확대 원점 회귀’를 요구하며 최저임금위원회에 아예 불참하고 있는 상태다. 해마다 극심한 대립이 이어져 온 사안이지만, 그 어느 해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내용으로 결론이 나도, 양측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종별 차등 적용 불발됐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1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 측이 요구한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실시 요구 안건을 반대 14대, 찬성 9로 부결시켰다. 근로자 위원 5명과 사용자 위원 9명이 각자 반대와 찬성에 표를 던졌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공익위원 9명 전원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다. 결과에 반발한 사용자 위원들은 “존폐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근로자 3분의 1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최저임금 심의 참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표결 직후 전원 퇴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표결에 나선 것은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는 논의 진전이 어렵다는 데 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결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된 결과다. 근로자ㆍ사용자ㆍ공익위원들이 각각 6명씩 추천한 전문가 총 18명으로 꾸려진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도입 취지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다수 의견을 이미 내놨기 때문이다. 근로자 위원은 물론 공익위원들이 이런 TF 결론을 뒤집고 경영계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공익위원들은 차등 적용 대상과 조건, 비율 등을 확정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영계도 당장 적용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인상폭을 낮추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TF가 ‘중장기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던 만큼, 내년 이후 논의 등에 합의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경제 6단체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9일)을 열고, 구체적인 업종별 구분 방안도 처음 제시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의제화 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한 자릿수? 두 자릿수? 인상폭은

어두운 경제ㆍ고용지표에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시킨 것이 변수다.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실질 인상 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최저임금에서 7.7%가 인상된 8,110원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반면 사용자 위원들은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만큼 인상폭을 양보할 수 없다고 더욱 강경하게 버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사용자 위원들은 입장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가장 어렵고 미만율(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 높은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낙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도 예년처럼 노사 최종수정안을 놓고 표결로 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 10년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해는 2009년 딱 한 해에 불과했다. 최종수정안 인상폭은 경영계측이 한 자릿수, 노동계측이 두 자릿수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10% 안팎에서 결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표결로 가도 어느 쪽이 우세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상황이다. 작년에는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근로자 위원 손을 들어주면서 근로자안이 15대 12로 채택이 됐다. 올해는 근로자 위원 9명 중 민주노총 몫 4명이 불참하는 것이 변수다. 공익위원이 작년처럼 6대 3의 비율로 근로자위원 쪽에 우세하게 갈릴 경우 사용자안이 12대 11로 채택될 수 있다. 하지만 공익위원 9명 중 8명이 지난 5월 새로 위촉됐는데 대부분 진보나 중도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날 ‘업종별 차등 적용’ 투표에서 기존 위원 1명을 포함해 공익위원 9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런 성향을 어느 정도 가늠케 한다. 작년보다 단 1명이라도 더 근로자위원 편으로 돌아선다면 결과는 뒤집어진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도 공익위원을 상대로 한 사용자ㆍ근로자 위원들의 무언의 압박이 이어졌다. 일부 사용자위원은 '소상공인을 더 이상 범법자로 몰아가지 말라!'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고 일부 근로자위원은 '최저임금 온전한 1만원 쟁취!' 등 구호가 적힌 천을 상의에 붙이고 나왔다.

이성택 기자 highnoo@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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