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지난 2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지구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우리 책임이 어느 나라보다 큰 셈이다. 하지만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선 이러한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국가별 에너지 전환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선진 32개 국 중 30위였다. 에너지 접근성과 안정성 등에서 앞서지만 에너지 관련 환경문제 측면에선 최하위권이다.

효율적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은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생산비용 절감 등 경제문제도 함께 잡아 준다. 이 점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 갈 지를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다. 수정안은 2016년 로드맵에서 드러난 감축 의지 부족, 감축 수단의 불충분, 국외 감축의 불확실성 등 문제 해결에 더해,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에너지 전환 정책 등을 반영해 감축목표 이행 가능성을 높였다.

수정안에 대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는 수정안이 온실가스 감축을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나눠 놓은 것과 무관치 않다. 수정안의 핵심은 2016년 로드맵에서 제시된 2030년 BAU(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량 중 국외 감축분 11.3%(9,600만톤)를 1.9%(약1,620만톤)로 축소한 것이다. 국외 감축분이란 외국에서 감축사업을 하거나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들여 확보하는 감축량을 말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감축을 하거나 배출권을 사오는 것은 쉽지 않다. 배출권 매입에 따른 막대한 비용도 국민경제에 부담이 된다. 국내 책임을 국외로 전가하는 것과 함께 국내 에너지 시스템 개선의 기회를 앗아가는 문제도 있다.

수정안은 해외 감축분을 11.3%→1.9%(1,620만톤)로 낮추는 대신 국내 감축분을 25.7%(2억1,890만톤)→32.5%(2억7,650만톤)로 대폭 늘렸다. 이로써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할 감축량은 일시에 36.5% 늘었다. 최소한 이 지표 하나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우리는 국제사회 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늘어난 부담은 전환(발전), 건물, 수송, 농축산, 폐기물 등의 부문으로 골고루 나눴다. 국민 모두가 부담하지만 부담 증가에 대한 불만이 산업계에서 유독 크다. 2016년 로드맵에서 2030년 부문별(산업) BAU 대비 11.7%(5,640만톤)를 감축하도록 되어 있던 게 20.5%(9,850만톤)로 75%나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2030년 BAU 기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나라 전체의 56.5%를 차지하지만, 2016년 로드맵에서 책정된 부문 BAU 대비 11.7% 감축량은 국가 BAU 대비 7.6%에 불과하다. 이 지표대로 추진되면 약 20.46백만톤이 비산업 부문으로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점에서 수정안은 2016년 로드맵에서 과소 반영된 산업 부문 감축량을 형평성 차원에서 바로잡아 주고 있다. 국내 부문으로 전환은 배출권 등을 위해 해외에서 지출해야 할 비용(연간 약 1조∼2조원)이 국내 저감기술 개발이나 저감 설치 비용 등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환(발전)부문의 감축량 축소, 산림의 탄소흡수에 의한 감축, 탄소포집 기술에 의한 감축 등의 문제와 더불어 미세먼지종합대책, 에너지기본계획, 저탄소발전전략 등과의 정합성 문제가 남아 있다. 수정안의 골자는 온실가스 감축을 우리의 몫으로 되돌려 놓으면서 그 부담도 골고루 나누어 놓은 점이다. 수정안에 남아 있는 문제들은 이 원칙을 근간으로 두고 2020년 수정된 국가결정 감축기여분(NDC) 제출 때까지 국민참여를 통해 풀어 가면 된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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