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비핵화 조치 보상 판단
“정전 65주년 이달 27일 공언해야”
美는 협상 카드 아껴 둘 공산 커
文대통령의 중재 역할 중요해져
3차 방북길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6일 평양의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의 영접을 받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65년간 멈춰 있는 6ㆍ25전쟁이 끝났다는 정치적 선언을 언제 할 지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놓고 본격 협상에 착수한 북미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6~7일 3차 방북을 계기로 북측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에 맞춰 종전선언을 했으면 한다는 희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다.

종전선언은 6ㆍ12 북미 정상회담 후속 고위급 회담 종료 직후인 7일 북한 외무성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며 미뤄 놓으려 한다”고 폭로하면서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앞서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지만, 당초 기대됐던 6ㆍ12 북미 정상회담 때 종전을 선언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런데 돌연 북측이 종전선언을 북미 회담 의제라는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시한도 ‘올해 내’에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 7월 27일로 앞당겨 제시한 것이다.

북한이 적극적 자세로 선회한 건 그만큼 종전선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종전선언은 평화(종전)협정에 앞서 관련국 정상들이 전쟁 종식을 향한 의지를 보여 주려는 정치적 행위로, 법적 구속력이 없어 상징적 절차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이번 입장 표명을 통해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 측면에서 종전선언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남ㆍ북ㆍ미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정상이 종전을 공언할 경우 평화협정이 체결되기까지 과도기에 미국으로부터 군사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는 만큼, 이를 초기 비핵화 조치의 보상으로 받아 내야겠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개연성이 있다.

‘조기 종전선언’은 당초 우리 정부가 추진한 일이다.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 초입에 과감히 배치해 전체 비핵화 프로세스를 끌고 가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주도했고 북미 간 (이견이) 현재 보이는 것보다 (실제 협상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연내 종전선언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 백령도 두무진 인근 해안철책선을 순찰하고 있는 해병대원들. 고영권 기자

다만 연내 종전선언을 현실화하려면 북미 모두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할수록 미국은 이를 초기 비핵화 조치 유도를 위한 협상 카드로 아껴 둘 공산이 큰 만큼 양측으로부터 양보를 얻어 내는 청와대의 중재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는 조언이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마 서둘러 비핵화하는 데 방점을, 북측은 동시 교환 원칙에 따라 비핵화하고 소위 불가침 조약, 종전선언 또는 평화조약 같은 것과 연결하는 데 역점을 둔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촉진자와 중재자의 역할을 (동시에) 했는데,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촉진자의 역할,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미 시간이 빠듯해진 7ㆍ27보다는 9월 유엔 총회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등이 유력한 종전선언 계기로 꼽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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