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채널들 무분별한 자살 묘사
YTN은 지난달 중국 한 여성의 투신 소식을 전하며 투신 당시 영상을 공개하고, 그래픽까지 활용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해당 보도는 삭제됐다. YTN 방송화면 캡처

방송 뉴스의 자살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자살 순간의 영상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가 하면 자극적인 그래픽까지 활용해 죽음을 직설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시청률 올리기에만 매몰돼 모방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한 보도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다룬다는 지적이다.

보도전문채널 YTN은 지난달 26일 ‘뉴스나이트’에서 ‘‘빨리 뛰어내려!’ 자살 부추긴 비정한 중국’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중국에서 한 여성이 투신했는데, 군중이 당시 상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하고 투신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YTN는 여성이 빌딩 난관에 매달려 있다가 투신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투신 장면을 흐리게 처리만 한 채 그대로 내보냈다. 이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추정하며 성폭행, 자살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그래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보도는 방송법에 위반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38조 2)에 따르면 방송은 자살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

2013년 9월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에도 어긋난다. 권고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자살보도를 기본적으로 최소화해야 하며,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한다. 방법에 대한 구체적 묘사도 절대 피해야 한다.

MBN은 50대 교사의 투신 소식을 전하며 사망자의 생전 목소리를 음성변조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했다. MBN 방송화면 캡처

국내외 여러 연구는 자살보도가 모방 자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지적해왔다. 언론 보도 직후 자살 시도가 급증하고, 보도 방식과 내용이 후속 자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명 ‘베르테르 효과’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자살보도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지만, 여전히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사례가 나온다. MBN은 2월 “‘상사 괴롭힘 힘들다‘… 50대 교사 투신 자살”이라는 제목의 뉴스에서 사망자와 상사의 통화 녹음을 공개하며 음성변조를 하지 않은 사망자의 목소리를 방송했다. 사망자와 유가족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는 정보이고, 유가족에게 또 다른 심리적 고통을 줄 수도 있었다. TV조선은 지난해 10월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 아내의 투신 전 CCTV 영상을 반복 노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처분을 받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스 보도는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공익적 기능이 작용해야 한다”며 “자살예방 보도를 해야 할 책무가 있는 언론이 되려 자극적인 보도로 2차 피해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 등은 올해 자살보도 권고기준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전보다 현장에 적용하기 쉽게 개정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자들이 권고기준 자체를 모르는 게 문제”라며 “제목에 ‘자살’이라는 단어 쓰지 말자는 단순한 내용조차 (몰라서) 안 지키니 언론사 자체적으로 반복 교육해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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