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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무역전쟁보다 뜨거운 ‘기술전쟁’

입력
2018.07.09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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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트럼프의 괴벽 때문에 벌어진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감행한 이유로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중국을 포함한 모든 무역흑자국들과의 문제, 다른 하나는 오직 중국과의 문제다. 모든 무역흑자국들과의 문제는 무역적자다.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는 5,660억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걸 줄이려고 유럽과 캐나다, 한국, 일본 등 전통적 동맹까지 포함한 무역 상대국 모두에게 보호무역 공세를 벌여 왔다. 중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적’이기 때문에 포문을 연 셈이다.

▦ 중국과의 일 대 일 문제는 물론, 21세기 글로벌 패권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향후 글로벌 패권의 향방은 첨단 기술력에 달려 있다. 첨단기술 도약을 위해 중국은 이미 3단계 전략을 추진 중이다. 1단계는 ‘중국 제조 2025’ 계획으로 2025년까지 한국 영국 프랑스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어 2단계 2035년까지는 일본과 독일을 넘어서며, 3단계 2049년까지 첨단기술 세계 최강국인 미국까지 추월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중국이 첨단기술 획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서자 미국이 극도의 위협을 느낀 것이다.

▦ 첨단기술력 확보를 겨냥한 중국의 행보는 과거 인해전술을 방불케 할 정도다. 엄청난 국가 자본을 풀어 미국 기술기반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각광받는 실리콘벨리 기술벤처센터인 ZGC에는 인공지능(AI)부터 로봇에 이르는 혁신 기술업체들이 집결되고 있다. 그런데 그곳 유망 기업들에 가장 큰 투자주체는 사실상 중국 정부가 돈을 대는 벤처캐피탈 ‘쭝관춘개발그룹’이다. 즉 발아 단계인 미국의 첨단기술이 초기부터 중국 자본에 장악되고 있다는 얘기다.

▦ 실제 2015~2017년 미국의 전체 기술벤처 투자 중 중국 자본이 개입한 비중은 16%에 이르렀다. 2010~2017년엔 중국 자본이 81개 AI 기술 관련 투자에 참여해 모두 13억달러를 공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집계와 관련해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 첨단기술을 자본으로 장악하는데 성공하면 미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중국 견제는 관세 자체보다 관세가 IT품목에 집중됐다는 점과, 비관세 조치로 차이나모바일의 미국 진출을 봉쇄한 사실이 좀 더 각별해 보인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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