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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당 연대가 퇴행적이지 않으려면

입력
2018.07.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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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범진보 진영의 연대를 골자로 하는 ‘개혁입법연대’와 개헌을 고리로 야권연합을 모색하는 ‘개헌연대’의 성사 여부는 향후 정당 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개헌연대’는 범진보 진영의 ‘개혁입법연대’ 움직임에 대한 대응 전략이다. 바른미래당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자 개헌을 고리로 한 ‘개헌연대’로 맞불을 놓으려는 심산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개헌과 선거 제도 개편을 본격적으로 이슈화할 태세다.

체감경기와 경제지표 등 중산층 이하의 삶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개헌 이슈를 들고 나오는 건 국면 전환과 내부 갈등의 전선을 외부로 돌려 당내 갈등을 희석시키려는 얄팍한 술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당은 증폭되는 당 내홍을 무마하기 위한 카드로 개헌만한 무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거 전 여당에 선거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개헌을 백안시하던 행태와 모순적인 정략적 사고다. 민심의 소재와 시대의 요구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한 한국당의 행태가 선거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을 무산시켰고, 이후 어떤 상황 변화도 없다. 따라서 개헌을 정국 전환 카드로 이슈화하려는 야당의 정치공학이 정국을 주도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게다가 개헌을 추동할 수 있는 시민의 정치적 에너지도 미약하다. 개헌 이슈를 되살린다 해도 민심의 심판을 받은 야당이 주도할 수는 없다. 그런 선거민주주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보수 야당들은 개헌 이슈화 전에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라는 대선 공약을 어긴 것부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야당은 민심을 수용해야 한다. 민심은 사실상 한국당의 해산을 명했다. 재작년 최순실 국정농단 및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 과정에서 분출된 촛불민심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도 기무사의 촛불시위대 진압 계획 등 지난 정권의 악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개헌을 지렛대로 정국을 돌파하거나 국면을 전화하려는 ‘적폐’는 그만두어야 한다. 2016년 10월 24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느닷없이 개헌을 들고 나왔다. 당시 불거지기 시작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확산을 막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로 개헌만한 이슈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적폐청산이 정치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지방선거 이후 수구 야당에 대한 비토가 집권당 지지로 연결되는 구조도 끝났다. 시민들은 구체적 개혁을 원한다. 개혁입법연대가 성사되면 입법 등 제도화를 통해 시민 요구를 수용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연대든 협치든 어떤 형태가 됐든 이념과 가치지향이 비슷한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연합은 내각제에서 연정이 일상화되듯이 대통령제라 해서 이상할 이유가 없다. 연대와 협치는 연합정치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퇴행이 되지 않으려면 시민의 자발적 지지와 동의를 기반으로 한 합당한 명분과 진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개혁입법연대와 개헌연대의 정치적 함의가 달리 해석되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적폐 수사가 이루어졌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입법은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지리멸렬은 야당의 공백을 가져왔고, 이는 사실상 입법부

부재로 이어졌다. 비록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한국당을 압도했으나 여소야대 국회는 각종 현안과 개혁입법을 할 능력도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당은 정략적 야권연대가 표심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고,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가 자력으로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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