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실종 16일 만에 속속 구출
인근 병원으로 후송해 건강 점검
생환 1명 상태 위중 “치료 필요”
물 많이 빠져 대부분 걸어서 이동
“마지막 한 아이까지 안전하게”
잠수부 2명이 아이 1명씩 맡아
작업 원활… ‘전원 구조’ 가능성
2주 넘게 태국 치앙라이 주 탐 루어 동굴에 고립된 12명의 유소년 축구팀원과 코치를 구출하기 위한 작업이 8일 시작된 가운데 각국에서 모여든 베테랑 잠수요원들이 줄 지어 동굴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은 태국 해군이 촬영한 것이다. 치앙라이=UPI 연합뉴스

보름 넘게 컴컴한 동굴에 갇혀 있던 태국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이 극적으로 구조되기 시작했다. 태국 구조 당국은 8일(현지시간) 동굴에 갇혀 지내던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 13명 가운데 4명의 소년들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당초 현지 언론은 6명이 구조됐다고 보도했으나, 밤 늦게 태국 당국은 첫날 구조된 생환자는 4명이라고 최종 확인했다. 지난 달 23일 관광 목적으로 동굴을 찾았다가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인해 동굴에 고립된 지 16일 만이다. 나머지 9명에 대한 구조는 9일 오전에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구조 현장을 지휘하는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주지사는 이날 밤 늦게 동굴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명의 소년을 구조해 치앙라이 시내 프라차누크루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3명은 헬리콥터로, 1명은 앰뷸런스로 각각 이동했다. 이들 중 1명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의사의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오솟따나꼰 전 주지사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구조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BBC 방송은 “동굴에 차 있던 물이 많이 빠졌고, 수위가 낮아져서 걸어서 이동하는 구간이 늘었기 때문에 구조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남은 9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태국 당국은 10~20 시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50명, 태국인 40명으로 구성된 90명의 구조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산소탱크를 보충하는 등 장비 점검과 체력 비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조 현황을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했던 태국 해군특수부대도 “오늘밤 좋은 꿈 꾸세요. 루앙쿤 동굴의 물도 잠이 듭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아침 일찍 동굴 입구 주변은 비장함 마저 감돌았다. 1,000여명의 취재진에게 소개령이 떨어졌고, 의료진과 군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동굴로 향하는 18명의 구조대원 뒤로 승려들이 꽂아놓은 흰색 깃발이 나부꼈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선 희망을 상징하는 표시다.

태국 당국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계속 물을 퍼내면서 동굴 내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한편 고립된 지점 주변의 진입로를 찾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진입로가 발견되지 않는 데다, 우기(雨期)가 다가오자 동굴 초입부터 들어가는 정공법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이 때를 놓치면 아이들은 10월까지 꼼짝 없이 동굴에 갇힐 수밖에 없다. 오솟따나꼰 전 지사는 “날씨와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구조하기에) 좋다”면서 “소년들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동굴 진입은 했지만 생존자 구출까지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아이들이 동굴 초입에서 5km 떨어져 있는 곳에 모여 있는데 4군데의 침수구간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CNN은 “일부 구간은 수위가 낮아져 아이들이 걸어서 이동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좁아지는 구간을 빠져 나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6일에는 태국 해군 출신의 잠수 요원 1명이 산소 부족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구조대는 수영과 잠수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의 체력을 감안해 일부 구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 당국은 4개로 그룹을 나누고, 구조대원 2명당 아이 1명을 맡아 차례로 구조에 나선다는 방침도 전했다.

구조에 앞서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소년들의 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태국 해군이 공개한 아이들의 자필 편지에는 자신들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부모님들을 걱정하는 의젓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BBC는 “소년들은 자신들은 건강하다며 오히려 부모님을 안심시키는가 하면, 부모들에게 사과 편지를 적은 코치 선생님에게 책임은 없다고 어른스럽게 감싸는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11세 소년은 “나가게 되면 무카타(태국식 바비큐)를 해달라”는 소원을 남겼고, 또 다른 소년은 “선생님, 숙제는 조금만 내달라”는 어린이다운 부탁을 하며 구출을 손꼽아 기다렸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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