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유럽 현장을 가다 上]

#1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50개 기업 참여
의료ㆍ제약ㆍ에너지ㆍ물류 등에서 협업
고객이 DNA 정보 올리면 연구 활용하고
각종 DNA 검사 받을 수 있는 토큰 지급
#2
블록체인 시스템 기반한 토지 계약 땐
잔금 이체ㆍ등기 이전 등 한번에 처리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이전시장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2018’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2018 제공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네덜란스 암스테르담 라이 전시장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 현장. 전 세계에서 250여개의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8,000여명의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 것은 의학과 블록체인의 협업 분야였다. 유전학 블록체인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DNA틱스’는 차세대 분산 유전자 치료 응용프로그램과 건강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DNA 정보를 올리면 이를 블록체인 기술로 처리해 개인정보유출을 막고, 그 대가로 해당 정보가 연구에 사용될 때마다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전용 토큰을 지급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이처럼 얻은 토큰은 추후 탈모 검사 등 고객이 각종 DNA 테스트를 원할 경우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DNA틱스의 탈 사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사람들은 익명성에 대한 문제 때문에 민감한 DNA 정보 제공을 꺼리지만 블록체인으로 익명성도 보장하고 보상(토큰)까지 지급하면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유전학 산업에서 모든 참여자가 혜택을 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탈 사인 DNAtix 최고전략책임자가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이전시장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유럽 2018’에서 DNA키트 사용법과 인프라 구축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퍼 리드스키 최고경영자. 암스테르담=허경주 기자

‘가짜 약’을 근절하기 위해 제약과정에 블록체인을 접목, 약의 유통ㆍ판매 과정에 투명성을 더하는 프로젝트(파마 트러스트)도 눈길을 모았다. 희귀난치 질환이나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가 자신의 건강 정보를 올리면, 의료전문기관과 연구기관들이 환자에게 직접 적절한 보상을 한 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휴먼스케이프)도 있었다.

영국 런던의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제로카본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사업에 참여한 이와 친환경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보상으로 토큰을 제공하는 사업을 소개했다. 영국에선 에너지 공급 업체가 시장에 에너지를 공급할 때 거래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를 토큰으로 내도록 하고 소비자는 에너지 사용료를 토큰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데릭 마이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통해 향후 15년간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감소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로카본프로젝트는 이번 엑스포에서 ‘사회복지를 위한 블록체인 상’을 받았다.

한국기업 레디(REDI)도 태양광 에너지 생산자에게 토큰을 주면 이를 전기자동차 충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동영 레디 대표는 “유럽은 국가 차원에서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이 많고 이를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하려는 시도도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블록체인과의 연계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IBM은 세계 최대 해운 업체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제휴를 맺고 블록체인 해운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문부터 선적, 운송, 세관 통과까지 종이 서류 없이 빠르고 투명하게 업무를 진행하게 되자 비용의 20%가 감소했다. 최근에는 중국 돼지고기 사육농장부터 가공, 판매 등 모든 거래내역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접목했다. 밥 옐란드 IBM영국 마케팅매니저는 “지난해에는 월마트와 손잡고 세계 식품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는데, 식품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유럽은 금융과 보험 시장이 앞선 만큼 이 부분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비정부 환경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 호주지부의 더모트 오골만 회장은 WWF의 ‘미끼부터 접시까지’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블록체인이 가증 큰 사회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자선활동과 공급망(서플라이체인)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오골만 회장은 몇 년 전부터 태평양에서 참치 불법포획이 크게 늘면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로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WWF 호주는 참치 포획과 운송, 판매의 모든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을 IT 기업과 개발하고 있다.

매트 슈넬 스웨덴 랑트마트리엇 최고디지털책임자가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2018'에서 스웨덴의 블록체인 토지 관리 시스템 테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암스테르담=허경주 기자

스웨덴 국토조사국은 지난 2016년부터 블록체인 기술 회사 크로마웨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토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토지를 블록체인에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계약’을 기반으로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거래와 잔금이체, 등기이전까지 한번에 처리되는 방식이다. 현재 토지나 주택을 구매할 땐 등기까지 한 달가량이 걸리지만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이를 단축할 수 있다. 최근 은행과 IT 기업 등도 참여한 시험 운영도 성공했다. 스웨덴에서 토지 관련 조사와 등기 등을 담당하는 기관인 랑트마트리엇의 매트 슈넬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다음 단계는) 법적 문제와 행정 부분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IT 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블록체인 시장이 2025년 1,760억 달러(약 195조원), 2030년 3조1,000억 달러(3,43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집행위원회(EC) 22개 회원국은 지난 4월 회원국이 힘을 모아 단일 디지털 마켓에서 통용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준비하자는 내용 등이 담긴 ‘유럽 블록체인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국내 최초 가상화폐 ‘보스코인’을 발행한 ‘블록체인OS’의 전명산 이사는 “스웨덴은 스마트 계약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는 선도 국가들 중 하나”라며 “유럽이 공공영역에서 블록체인의 허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블록체인 시장 성장전망 송정근기자 /2018-07-08(한국일보)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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