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평양에서 남북 통일농구를 치르고 귀환한 허재(53) 농구대표팀 감독이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허 감독은 6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3박4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한국 땅을 밟은 뒤 취재진을 만난 그는 “15년 전에도 많은 관중 앞에서 뛰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의 관중이 응원해주셔서 또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좋았다”면서 “체육관에서 2경기를 하고, 호텔 생활만 해서 15년 전과 지금 큰 변화는 못 느꼈다”고 밝혔다.
마지막 통일농구가 열린 2003년 허 감독은 선수로 참가했다. 당시 남북을 대표하는 농구 스타 허 감독과 235㎝ 장신 센터 리명훈(49)의 끈끈한 우정이 주목을 받았다. 둘은 국제 대회에서 종종 얼굴을 보면서 친분을 쌓았고, 서로 소주 한잔 기울이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5년 만에 리명훈과 재회를 기대했던 허 감독은 “(리명훈은)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 못 만났다”며 “리명훈과 같이 운동했던 선수인데, 지금 높은 자리에 있는 인사와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한국 남자 팀은 5일 열린 친선전에서 북한에 82-70으로 패했다. 허 감독은 북한 농구에 대해 “신장은 아주 작은 편이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체력적인 면은 좋고, 슛도 잘 들어간다”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선수들의 개인기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박찬희(전자랜드)는 “다시 가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곳에 가서 좋은 경험, 뜻 깊은 경험을 했다”며 “다음에 북한 선수들이 서울에 오면 우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끄는 이문규(62) 여자 대표팀 감독은 “북한에 우리가 생각하는 선수는 3명 정도”라며 “센터를 보고 있는 로숙영, 장미경 등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특히 205㎝ 장신 박진아에 대해선 “현재 15세, 키는 203㎝로 돼있다. 키로 하는 농구는 할 수 있어도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어 북한 감독도 2~3분 정도 뛰게 하는 선수다.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여자 대표팀 주장 임영희(우리은행)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모두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임영희는 “로숙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또 만나자고 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평양공동취재단ㆍ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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