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인정받은 윤홍천
콩쿠르 매달리지 않고 협연 활동
1년에 1장, 5년간 낸 모차르트 음반
독일 에코 클래식상 수상하며 유명해져
12일부터 국내서 전곡 실황 연주
“피아노 연주도 현대적 해석 가능”
클래식 음악 전문잡지 그라모폰으로부터 ‘온전히 자연스러운 모차르티안’이란 찬사를 받은 윤홍천은 “모차르트가 쉽게 편해지는 작곡가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스타 연주자는 정형화된 ‘성장 서사’가 있다. 예컨대 이런 것.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접하며 신동 소리를 듣고, 유명 콩쿠르에 한국인 최초로 입상해 세계 무대에 진출한다. 전설의 지휘자,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세계 만방에 이름을 떨친다.’ 멀게는 백건우, 정명훈부터 가깝게는 조성진까지 이 서사를 차례로 밟으며 성장해왔다. 유럽에서 한국 피아니스트가 활동하는 건 할리우드에서 한국 배우가 활동하는 것과 비슷해서 연주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본토 배우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데, 일단 ‘어필할 기회’가 절대적으로 적다.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천운으로 유명 지휘자의 눈에 띄어 연주 무대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홍천(36)은 이런 ‘정규 성장 코스’를 떠나 유럽에서 인정받은 피아니스트다. 미국에서 데뷔해 슈베르트 독주 음반으로 2011년 독일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고 2015년 한국에서 늦깎이 독주 무대를 가졌다. 6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윤홍천은 “콩쿠르(우승이 없다는 사실)는 제 콤플렉스였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 콤플렉스가 더 열심히 달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유년시절 성장 서사 한 대목. 물론 그도 신동 소리를 들었다. 14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16세에 벤저민 잰더 지휘의 보스턴 유스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데뷔했다. 윤홍천은 “(유럽에서 활동하며) 포커스가 바뀌었다. 기회를 잘 만들어 연주 무대에 서는 또래 친구들을 보며 콩쿠르에 매달리지 않고 지휘자와 다른 연주자를 만나러 다녔다”고 말했다. 뮌헨 유학시절,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세계적 거장 로린 마젤에게 편지와 데모 테이프를 보냈고, 몇 개월 후 오디션을 보고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 일정을 잡았다. 2014년 연주회를 다섯 달 앞두고 로린 마젤이 타계하면서 지휘자는 핀란드 출신의 피에타리 인키넨으로 바뀌었다.

피아니스트 윤홍천.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기회는 천운이 빗겨간 후에 찾아왔다.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후보에 오른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앨범을 내면서다. 윤홍천은 “이전에 발매됐던 모차르트 앨범을 들어보니 유독 피아니스트만 감성을 억제해 군더더기 없이 연주하더라. 자유분방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연주 방식도, 연주를 듣는 관객의 귀도 바뀌는데 호로비츠나 리히터의 모차르트 연주를 들으면 뭔가 지금 감각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바이올린 같은 다른 악기 연주자들은 원전 연주(르네상스, 바로크, 고전파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를 하더라도 상당히 감성적이거든요. 피아노도 이런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2013년부터 1년에 한 장씩, 5년 간 낸 이 음반은 ICMA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고, 클래식 음악 전문잡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2016년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 등과 함께 낸 실내악 앨범 ‘모차르트 위드 프렌즈’가 독일 에코클래식상을 수상하며 모차르트 전문 연주자 수식어도 달았다.

올 여름 음반에 담았던 모차르트 전곡 연주를 실황으로 들려준다. 12일 광화문 금호아트홀 연주를 시작으로 11월까지 모차르트 소나타 연주를 이어간다. 윤홍천은 “베토벤 소나타는 1번부터 순서대로 연주하면서 작곡가의 여정을 소개했겠지만, 모차르트는 1번부터 18번까지 태작(졸작)이 없는 천재이고 즉흥적이다. 서로 대비되는 곡을 묶어서 비교하면서 들을 수 있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12일에는 소나타 10번, 11번, 17번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다단조, 14번을 연주한다. 모차르트가 가장 행복한 날 썼던 10번을 첫 곡으로 가장 상반된 어두운 분위기의 14번을 마지막 곡에 넣었다. 19일에는 소나타 4번, 16번, 3번, 9번 소나타 바장조를 들려준다.

“(모차르트 연구자인) 아르투르 슈나벨이 ‘모차르트 소나타는 아이가 치기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엔 어렵다’고 말했잖아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제 스스로 답을 내보자면 모차르트는 항상 자기 머리에 들어 있던 소리를 그대로 악보에 옮긴 것 같아요. 변화무쌍하고 다채롭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으로 세밀하게 표현해야 빛을 발하죠.”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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