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노동개혁법, 동일노동 차별금지 명시
여성ㆍ중기 노동 차별 한국이 더 심해
차별금지특별법 제정으로 개선해 가야

국내에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마침 일본에서도 노동시간 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동개혁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어쩌다 보니 두 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법에 손을 댄 게 아니다. 경제성장과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노동시간을 포함한 노동 관련법 수정은 선진 각국이 당면한 공통 과제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의 취지를 크게 두 가지로 든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 방지 등 노동자 인권 보호,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노동의 유연화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일본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을 원칙으로 하면서 노사가 합의할 경우 휴일을 포함한 연장근무를 허용하되 월 평균 80시간 미만으로 제한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긴 했으나 노사가 합의하면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사용자를 처벌할 강제수단이 없었는데 비해 이번에는 벌금을 내거나 징역형을 살아야 하는 것이 큰 변화다.

노동 유연화와 관련해서는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 급여소득자 가운데 일한 시간과 일의 성과가 밀접하지 않는 전문업종을 노동시간 규제에서 제외한 이른바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은 금융상품 개발이나 딜링 업무, 연구개발 직종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4차 산업혁명 등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다.

노동 분야의 두 나라 고민이 비슷하다는 것은 일본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으로 명문화해서 시한까지 정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도록 못 박았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차별의 구체적 유형은 별도의 가이드라인으로 밝히도록 했는데, 이에 따라 대기업은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은 그 1년 뒤부터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

흔히 ‘이중 구조’라고 부르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별은 실은 우리 경우가 더 심각하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일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1.5배 수준이다. 우리 경우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의 69% 정도로 한일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은 거기에 대기업ㆍ중소기업, 남녀 임금 격차가 겹겹으로 가중된다는 점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은 일본이 85.8%일 때 한국은 52.3%에 불과하다. 남녀 임금 격차는 한일 공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1%)을 훌쩍 넘는 열악한 수준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한국(36.7%)은 일본보다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컸다. OECD가 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로 한국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 준 적이 없다고 한다. 국제기구는 말할 것 없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심각한 과제로 지목하는 이유다.

다른 노동 현안들에 가려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 그다지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나 지금까지 부각된 개선 노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 기대한 성과가 의심받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 문제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 준다. 나아가 이 정책의 최종 목표가 만약 민간기업까지 포함한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면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당면 과제와 충돌한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에 바로 적용하기에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해서라도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라는 주문까지 한다.

결국 가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더 적극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 가며 고용 안정과 유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을 고민해 가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일본에서 보수 정권이 법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표방하는 마당이라면, 우리 정부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여성, 중소기업 차별까지 아우르는 차별금지법을 만들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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